내 친구는 어디에 있는 걸까?
“어? 양이다!” 혼자 사막 한가운데를 헤매던 검은 양이 하얀 털을 가진 양들을 발견한다. 반가운 마음에 먼저 다가가 같이 놀자고 말을 건넨다. 그러자 양 한 마리가 대답한다. “안 돼. 너는 털이 까맣잖아.” 그러면서 바위산 너머에 까만 털을 가진 양들이 있을 거라고 알려 준다. 검은 양은 모래밭을 가로질러 바위산으로 향한다. 도착한 곳에는 정말로 까만 털의 양들이 있다. 검은 양은 자신과 같은 색의 털을 가진 양 무리를 보고 다시 한번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나도 같이 놀아도 돼?”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냉정하기만 하다. 자신들도 털은 까맣지만 얼굴만큼은 하얀 애들하고 같이 다닌다는 것이다. 그 말에 검은 양은 또 다른 친구들을 찾아 나선다. 검은 양은 과연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다면 눈을 감아 봐, 더욱 선명히 보일 거야
검은 양은 계속해서 다른 양들에게 친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단지 겉모습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같고 달라야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걸까? 『검은 양』은 겉모습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생겼다. 눈 하나만 비교해 보더라도 동그란 눈, 가느다란 눈, 처진 눈, 치켜 올라간 눈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만약 완벽히 똑같은 눈 모양을 가진 누군가가 있다면 단번에 그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 친구와는 눈 외에 다른 생김새도 모두 똑같을까? 친구가 될 수 있고 없고의 기준이 상대와 똑같아야 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과연 누구와 친구를 할 수 있을까? 어느 기준으로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걸까?
검은 양의 고민과 외로움은 깊어지고 그 순간 검은 양의 곁에 누군가 나타난다. 둘은 모래 폭풍이 덮쳐 가장 막막한 시기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때에 그저 서로의 곁에 있어 주었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선명히 알아차렸다. 서로 친구가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진정한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아무 이유 없이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을 많이 한다.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고 느껴질 때면 더욱 그러하다. 사막 속 검은 양의 친구 찾기 여정을 따라가는 『검은 양』은 짙은 어둠이 드리울수록 진짜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옴을 시사한다. 힘든 순간에 처해 있는 독자에게 등대가 되어 줄 그림책이다.
진짜 사막을 마주한 듯한 신기루, 『검은 양』
『말랑말랑 박치기 공룡』을 통해 3D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자신만의 새로운 그림 스타일을 선보였던 김혜인 작가가 더욱 생생한 그림으로 돌아왔다. 그림책 『검은 양』은 사막을 배경으로 한 검은 양의 여정을 따라가며 독자에게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사막은 실제 존재하지만 베일에 싸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낯선 공간으로의 초대는 독자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한다. 더불어 사막 속 양들을 비롯해 다양한 동식물들을 등장시키고, 모래 폭풍이나 오아시스와 같은 극적인 배경을 활용해 판타지성을 부여함으로써 보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진짜 사막을 거닐다 마주한 신기루처럼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그림책이다.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법한 이야기를 낯설고 아름다운 공간에 던져 넣음으로써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며, 친구를 찾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줄 『검은 양』과 함께 나 역시 누군가에게 진짜 친구가 되어 주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