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이 무색한 작은 차 안에서 드뷔시의 〈아라베스크〉를 들으며 웃는 그녀의 머릿결이 바람에 날린다. 상큼한 그녀의 머리 내음이 내 코를 간지럽힌다. 그래. 그녀가 행복할 때에는 내게 책임이 없다. “아, 행복해”라고 웃는 그녀에게 내가 묻는다.

“행복이 뭔데?”

그녀는 그 대답을 하자면 한참을 생각해야 하고 그래야만 멋진 말이 나오기 때문에 일단 저 설렁탕집에 차를 대라고 배고프다는 시늉을 한다. 그런 그녀가 귀여워서 나는 따라 웃는다. 그녀가 내게 원하는 게 뭘까? 부모님을 설득해서 올리는 나와의 결혼? 농담 섞인 우리의 심각한 미래에 대해 관망이라도 하겠다는 듯 그녀는 생긋 웃는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아요. 우리 부모님 설득은 아마 불가능할 거예요. 그리고 당신과 함께하기 위해 달아나고 싶지만 그건 모든 사람들에게서 달아나는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나는 항상 당신을 향해 가고 있어요.”
“미안해. 내가 뭐라고.”
“자유요.”
“자유?”
“좀 어렵게 들릴지 모르지만 난 당신을 만나 자유를 느꼈어요.”
_〈7. 키스 더 레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