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도 ‘책 읽기 싫어증’?
한 장을 제대로 읽을 수 있으면 열 장도 읽을 수 있다
우선 ‘책 읽기 싫어증’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눈에 띈다. 유튜브의 쇼츠 영상이나 SNS의 짧은 글에 익숙한 아이들이, 책 읽기를 어려워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현상에 대해 저자가 ‘싫어증’이라는 하나의 증상으로 명명한 이름이다. 한 장만 읽어도 졸음이 쏟아지고, 모르는 낱말이 많아서 읽기 어렵고, 다 읽어도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 독자들의 증상을 표현한 것이다.
재치 있는 명칭과 달리 어린이 독자에게 ‘책 읽기 싫어증’은 제법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2024년 미국 소아과학회 보고서의 주저자인 페리 클라스 뉴욕대 의대 교수는 “여러 연구에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의 독서 능력이 상급 학교 진학과 직업적 성공의 중요한 예측 요소”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릴 때 독서 습관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연구 결과로 밝혀진 셈이다.
『책 읽기 싫어증』의 저자는 본인이 바로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책 읽기 싫어증’으로 고생한 아이였다고 고백한다. 회사 ‘직원’을 ‘지권’으로 적을 정도로 어휘력이 떨어졌던 저자는 본인이 어떻게 책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는지 경험을 떠올렸고, 작가가 되어 학교, 도서관 등 다양한 곳에서 글쓰기와 책 읽기 수업을 하며 쌓은 자료를 바탕으로 어린이 독자들이 재미있게 시작할 수 있는 읽기 처방전을 마련했다. 짧은 글이라도 제대로 읽고 의미를 파악하며 본인의 읽기 능력에 자신감을 쌓아간다면 열 장, 스무 장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두 가지 갈래 글과 다양한 유형의 독해 문제를 마련했다. 아이들이 ‘에이, 문해력 문제집이잖아!’ 하며 실망하지 않도록 독자들의 관심사를 주제로 예시문을 쓰고, 또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의 만화 구성으로 읽기로의 진입 장벽을 낮추었다. 재미 만만하게 시작해서 읽기 자신감을 채워 탈출하는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해력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흥미로운 주제의 갈래 글과 만화 구성으로 ‘책 읽기 싫어증’ 탈출
『책 읽기 싫어증』은 먼저 아이들이 책 읽기에 갖는 고민과 부담을 짧은 만화로 담았다. 만화에 등장하는 깨방정 쌤과 신나용은 아이들의 고민을 대변하며 모르는 낱말이 많이 나와서,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몰라서 읽기가 싫다는 독자들의 마음을 먼저 알아주고 응원한다. 그리고 각 장에서 읽게 될 설명문, 논설문, 기사문 등 다양한 글의 특성과 주제를 미리 만화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하여, 마치 책 읽기 교실에서 가벼운 대화와 주제 탐구로 준비운동을 한 뒤 본격 수업으로 들어가듯 어린이 독자를 이끌어 간다. 이 책에 담긴 만화와 일러스트는 『신비한 괴물 섬과 마법의 열매』를 쓰고 그린 주노 작가가 특유의 유머를 담아 그려 냈다.
이 책에서 만나는 예시문은 모두 문부일 작가가 쓰고 재구성한 글로, 최대한 아이들과 가까운 주제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집필한 글이다. 가령, 설명문으로 라면의 역사를 알아보고, 기사문으로는 아이스크림 판매가 저조한 이유를 살펴본다. 기획서는 아이들이 관심 있는 유튜브 영상 기획서로 살펴보고, 조사 통계표는 어린이들의 희망 직업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다. 저자는 다년간 아이들과 수업하며 관찰한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읽기에 흥미를 느끼는 방법을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전작 『글쓰기 싫어증』에서도 어린이 독자가 먼저 “와! 읽을래 하더니 한달음에 읽고” 설득하는 글쓰기를 자청했다는 리뷰가 있었고, “아이가 너무나 신나게 읽어” 신기했다는 등 재미와 학습 효과를 경험한 독자들의 후기가 많았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읽기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내려놓고, 스스로 재미있게 읽고 해석하며 한 장 읽기의 자신감을 쌓은 뒤 좀 더 긴 글도 집중해서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