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진정한 소리를 만나는 순간”
처음 판소리를 만났을 때, 저는 그저 하나의 오래된 노래로 여겼습니다. 그렇게 잊혀지기를 수년, 어느새 지치고 힘들어 그저 힘없이 앉아 있던 저에게 방 한 켠에서 다시 만난 그 소리는 그 무엇보다도 생생했고, 숨 쉬는 이야기였습니다. 마치 먼 옛날, 누군가가 남겨놓은 편지를 열어보듯, 한 대목 한 대목을 따라가며 저는 우리의 이야기, 이제는 희미해져 버린 나의 감정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방구석 판소리》는 그런 자신의 감정을 되찾기 위한 여정의 기록입니다.
심청의 바다에서 우리는 헌신과 기적의 깊이를 알았고, 박 씨네 집에서는 희망이 다시 피어나는 순간을 목격했습니다. 달 아래 춘향과 이몽룡의 맹세는 우리 마음속 설렘을 다시 불러일으켰고, 수궁 깊은 곳에서는 꾀와 용기가 만들어내는 교향곡에 숨을 죽였습니다. 운명의 강가에서는 바람처럼 지나가는 시간과 불꽃처럼 타오른 사랑을 마주했죠.
그리고 그 너머로-옹고집의 변화, 장끼의 희생, 강쇠의 비극, 숙영의 사랑-이 모든 이야기는 단지 전설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삶을 비추는 거울이었습니다.
도솔가의 하늘, 서동요의 지혜, 헌화가의 꽃, 처용의 용서, 이생규장전의 영혼, 옥단춘의 전설, 금방울전의 희생, 정수정의 운명… 그 이름 하나하나가 지금 우리 곁에 있는 듯 느껴지지 않았나요?
이 책은 단지 과거를 들추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잊고 지냈던 감정, 이야기, 그리고 정서를 다시 깨우는 일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놓쳐버린 "나"를 되찾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 지금, 어쩌면 어딘가 익숙한 멜로디가 마음 속을 맴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소리’입니다. 누군가의 목소리이자, 나의 목소리이며, 우리 모두의 서사입니다.
판소리는 이제 더 이상 먼 옛날의 유산이 아닙니다. 당신이 그것을 듣는 순간, 그 소리는 당신의 서사와 함께 현재가 되고, 살아 숨 쉬는 오늘의 이야기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제, 방구석이라는 작은 무대를 떠나, 삶이라는 더 넓은 무대 위로 걸어가 보세요. 판소리는 언제나 그 길 위에 함께 걸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