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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경의 빛

모경의 빛

  • 박형숙
  • |
  • |
  • 2025-05-21 출간
  • |
  • 304페이지
  • |
  • 135 X 200 X 18mm
  • |
  • ISBN 978898218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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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너의 기원」은 오십대 중반의 여성 화자 ‘너’가 암 투병을 계기로 자신의 ‘기원’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되는 이야기다. 항암치료 과정에서 빠졌던 머리가 듬성듬성 나오기 시작했을 무렵, ‘너’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서 서른다섯 해 전에 세상을 떠난 엄마의 얼굴을 발견한다. 그렇게 “무의식을 가로지르며 튀어나”온 엄마의 얼굴. 그 얼굴은 “산동네에서 자란 너의 어린 시절과 데모와 반항으로 점철된 이십대의 어둡고 격렬했던 기억”들을 불러온다. 과격한 진술도 나온다. “사춘기를 암흑 속에서 보내고 난 뒤 너는 네 안에서 가족들을 한 명씩 살해했다. 제일 먼저 엄마를, 다음에는 아버지를, 오빠를, 언니들을.” 발등으로 흘러드는 선홍색 주사액이 언젠가 보았던 연극 속의 붉은 그림, 마크 로스코의 「레드」를 떠올리게 하면서 이어지는 연상들. ‘살의’라는 과장된 표현을 걷어내고 보면, 암 발병, 수술, 항암치료의 힘든 과정을 거치며 ‘너’의 ‘의식’이 아니라 ‘몸’이 주관하는 전면적인 반성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연작소설 전체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건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죽음이라 할 수 있는데, 여러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그려지는 그 죽음의 시간에 소설의 중심 화자 ‘나’(‘너’)는 왠지 비껴나 있다. 구체적인 정황과는 별개로 여기에는 마음의 공백이 있다. 애도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소설은 계속해서 그 순간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 돌이킴이 뒤늦은 애도의 시간이 될 수 있을까. 아픈 질문과 함께 어머니와 아버지, 형제들에 대해 ‘나’가 잘못 알고 있던 것, 망각했던 사실들이 돌아온다. 기원의 풍경은 계속 수정되면서 현재의 ‘나’를 흔들고 움직인다. 이 움직임이 ‘나’에 대한 새로운 발견, ‘나’에 대한 더 너른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기원에 대한 질문, 뒤늦은 애도를 향한 안간힘은 ‘나’의 실존적 위기와 원환(圓環)처럼 맞물려 있다.
연작소설 속 작품들은 서로를 향해 열려 있다. 「너의 기원」에서 오랜 망각을 뚫고 돌아온 어머니의 이야기는 「모경」과 「외롭고 높고 쓸쓸한」에서 각기 다른 시점(視點)과 기억의 조망 속에 놓인다. 「너의 기원」의 ‘너’는 「모경」에서 오 남매의 막내딸 ‘인해’라는 삼인칭의 자리로 물러서며, 「외롭고 높고 쓸쓸한」에서는 큰언니가 쓰는 편지글의 수신자가 된다. 두 작품에서 어머니의 모습은 조금씩 어긋나게 기억되고 서술된다. “네가 아는 엄마와 다르다고? 엄마가 집안 살림에 도통 관심이 없고 밖으로만 나돌고 히스테리만 부렸다고? 아니, 아니야. 그건 엄마의 참모습이 아니야. 그건 아마도 갱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겨난 질병 같은 것이었을 거야.”(「외롭고 높고 쓸쓸한」) 아픈 엄마 대신에 집안 살림을 챙겨야 했던 큰딸의 고백 속에는 사춘기 시절을 외롭고 어두웠던 시절로 기억하고 있는 ‘너’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다. 마주 서 있는 두 작품을 통해 작가는 가난과 가족으로부터 탈출하려 했던 ‘너’의 좁고 조급한 의식을 확장하려 한다. 그런데 이러한 시점의 보완, 기억의 편차란 결국 작가의 페르소나인 ‘나’/‘너’(혹은 인해, 수영)의 의식의 분화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소설 곳곳에서 드러나는 공통의 기억 요소에 대한 관심으로 우리를 이끌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어머니의 죽음이 오랫동안 기억 저편에 놓여 있었던 정황이 드러난다. 엄마 ‘모경’은 스스로 세상을 버렸다. 천주교식 장례를 치르기 위해 사망진단서에는 ‘심장마비’로 기록된 죽음. ‘갱년기 우울증’ 같은 일반적 진단이 사용되고는 있으나 문제는 그 당시 엄마가 겪고 있던 마음의 고통을 가족 누구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는 사실에 있다. 「모경」과 「외롭고 높고 쓸쓸한」 두 작품은 엄마의 고통, 엄마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뒤늦은 이해에 바쳐지고 있다. 이산가족 찾기 열풍이 불었을 때 모경이 일본을 거쳐 사할린으로 간 오빠의 소식을 듣기 위해 여의도에서 며칠을 지새우고 돌아왔지만, 인해는 엄마의 간절함을 전혀 알지 못했다. 엄마는 가족들에게 가혹하기까지 한 살림꾼의 면모 한편으로 이웃의 어려움에 발 벗고 나서고, 봉사활동이나 ‘평화를 위한’ 성당 기도회 등의 명목으로 집 바깥으로의 출분 또한 잦았는데 이 같은 엄마의 모습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었다. 특히 아버지와의 갈등은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깊어지고 있었지만 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여성으로서 엄마가 지나야 했던 그 막막하고 암울한 터널에는 여성의 삶의 가능성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던 시대의 몫도 컸을 것이다. 인해는 엄마가 자식들이 버린 노트에 서툰 글씨로 쓴 문장을 기억 저편에서 떠올린다. “자유./내게 필요한 건 자유.”
“평생 감정을 드러내 보일 줄 몰랐던 아버지”는 ‘너’에게 “삶의 어떤 공백”으로 남아 있다. ‘너’는 오랫동안 부녀간을 잇는 선은 없다고 생각해왔다. 「오십 원만」은 그 선을 되찾으며 또 하나의 좌절된 애도를 돌이키려 한다. 아버지를 부르는 ‘뺑끼쟁이’라는 말은 가정환경조사서에 적힐 때만 ‘도장업’으로 바뀌었고, 너의 어린 가슴에 통증을 남겼다. 일이 없는 겨울철 어린 ‘너’에게 아버지는 하루 종일 방에 앉아 있는 말 없는 ‘등’으로 기억된다. 봄이 오면 페인트 방울로 얼룩진 아버지의 온갖 노동 도구들이 창고에서 나오고, 아버지는 일터로 떠나게 될 것이다. 아버지는 ‘노동 기계’였고, 사춘기의 ‘너’에게 ‘사물’이 되어갔다. “아버지는 너의 장애물이었다. 인생의 걸림돌이었고, 넘어야 할 벽이었다.” 대학생이 되고 결혼하면서 아버지와는 더 멀어졌다. 뇌경색으로 칠 년간 집 안에 갇혀 지내다 세상을 뜨던 날, ‘너’는 아버지의 두 눈에 떠오른 공포를 기억한다. “하지만 그 공포는 너의 마음에까지 덮치지는 않았다. 너는 냉연히 또 물끄러미 보고만 있었다.” ‘너’는 ‘너’의 집으로 돌아왔고, 얼마 뒤 부고를 들었다. 세월도 녹이지 못한 이 ‘냉연’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아버지의 이야기를 ‘나’(‘나’는 소설가이며, 거의 작가의 등신대로 등장한다)의 시점에서 다시 돌이키고 있는 「열일곱 살의 강」에는 이런 대목들이 나온다. “아버지에 대한 나의 분노. 그것은 정확히 무엇이었을까?” “아버지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 그것이 매번 나를 힘들게 했다.” 말 그대로 ‘공백’이다. 열일곱의 나이에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가엾은 소년. 그는 일곱 식구의 가장으로 전후(戰後)의 한국 사회에서 뿌리 내릴 다른 방도를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열일곱 살의 강」에는 「오십 원만」을 거쳐 ‘너’/‘나’가 내리는 잠정적인 답이 하나 있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기 위해서./아버지가 아무 말 하지 않았던 것은, 그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대결이 아니라 받아들임. (……) 아버지는 그렇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을 등진 채 죽도록 일만 하다가 떠난 ‘노동 기계’, 그 묵언의 생애가 딸로부터 긍정되는 순간이다.
화자와 시점을 달리하는 연작소설의 작품들은 대부분 빛과 상처의 기원을 향한 안타까운 돌이킴을 품고 있지만, 그것들은 가족 구성원 각자가 살아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특히 네 자매의 이야기는(「외롭고 높고 쓸쓸한」 「란이 언니와 은행잎 한 장」 「미자 씨의 기나긴 하루」 「시그니엘 빌리지」) 자매들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삶의 편차, 속 깊은 우애의 순간을 세심하게 응시하는 가운데 어머니 세대를 포함해서 녹록지 않았던 여성적 삶에 대한 생생한 보고를 이룬다. 그것은 남성 중심 가부장제 세상의 일반적인 억압과 차별을 보여주면서, 하층 집안의 살림에서 ‘딸들’에게 유독 집중되었던 경제적 압력, 여타 생활의 부담이 어떠했는지도 핍진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그 아픔을 포착하는 소설의 시선은 그리 강퍅하지 않은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수재 소리를 들으며 명문 여고에 진학하고, 은행원이 되어 집안을 건사했던 ‘둘째 언니’의 굴곡진 삶을 막내인 ‘나’의 시점에서 서술하는 「란이 언니와 은행잎 한 장」은 회상의 힘으로 과거의 시간을 구원하려는 연작소설의 전체적 흐름을 아름답게 압축한다. 명문 여고 진학이 겉보기와 달리 또 다른 좌절의 계기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란이 언니’의 유다른 ‘차가움’은 일찍 세상의 벽을 알아버린 이의 방어기제였을 수 있다. 여러 차례 불운이 겹친 ‘란이 언니’는 다른 형제들과도 거의 왕래가 없는 상황인데, 소설 속 ‘나’의 원주행 여로에서 자동차 라디오의 노래, 팔백 년 넘은 은행나무의 풍경으로 돌아온다. 황금빛 단풍의 절정을 지난 거대한 나무 주변에는 떨어진 은행잎이 노란 융단처럼 깔려 있다. ‘나’의 책꽂이에 꽂힌 ‘란이 언니’의 문고판 보들레르 시집에는 ‘1974년 12월 19일 란이의 영원한 친구가’라는 글귀와 함께 오래된 은행잎 한 장이 끼어 있다.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처럼 마른 채. 시간은 부수고 마모시키기도 하지만 보존하고 고양시키기도 한다. 회상의 빛 속에서 ‘나’가 일요일이면 라디오 앞에 엎드려 언니와 함께 들었던 노래가 돌아온다. 은행잎은 결국 바스러지겠지만 이미지는 미약한 대로 잔존할 것이다. 이것은 이번 연작소설이 지나간 시간을 기억하고 보존하고 들어 올리는 방식이다.
평생 일만 한 아버지는 “구부린 등과 입 밖으로 내민 혀와 사시처럼 안쪽으로 쏠리던 두 눈”의 이미지로 남았고, 끝내 열일곱 살 소년의 환영(幻影)으로 고양된다. “지는 해의 스러지는 빛을 받으며” 산동네 옥상 꽃밭에서 노래 부르던 엄마에게 소설은 ‘모경(母敬)’이란 이름으로 영원한 빛의 이미지를 건넨다. 어쩌면 그것으로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번 소설이 할 일은. 골목길을 헤매는 ‘나’의 꿈길 같은 환영 속에서 ‘란이 언니’는 돌아보며 말한다. “인생은 구부러진 길 쪽에 있어.” 『모경의 빛』이 박형숙 소설이 새롭게 찾은 기원이기도 하다면, 작가는 오래도록 저 말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박형숙 소설은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선 듯하다.

목차

너의 기원
모경
외롭고 높고 쓸쓸한
명동성당
오십 원만
열일곱 살의 강
란이 언니와 은행잎 한 장
미자 씨의 기나긴 하루
시그니엘 빌리지

해설 빛과 상처의 기원 | 정홍수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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