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차려낸 감각의 밥상, 마음의 도시락
김민하 시인의 동시집 『군침 도는 하루의 시간』은 삶을 감각하는 법을 다시 배우게 하는 시집이다. 제목부터가 시적 감각의 출발선이다. ‘군침이 돈다’는 말은 단순한 미각적 반응이 아니다. 그건 기대, 흥분, 기다림, 상상력이 함께 섞인 마음의 움직임이다.
시집 속 시들은 이처럼 하루의 모든 순간을 ‘입에 넣어보는 듯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가령 「사각사각 배추책 읽기」는 엄마의 김장을 ‘밑줄 그은 책 읽기’로 그려낸다. 김치는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삶이 써놓은 뜨거운 문장, 엄마가 먼저 읽고 넘긴 페이지다. 아이는 그 밑줄을 따라 ‘사각사각’ 곱씹으며 받아들인다. 「숟가락의 힘」은 감정이라는 굳은 문을 여는 가장 다정한 열쇠가 숟가락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울컥한 입, 닫힌 마음도, 따뜻한 밥 한 숟갈 앞에서는 스르르 열린다. 시인은 말한다. ‘밥을 나누는 일은 감정을 나누는 일’이라고.
그리고 「밤하늘을 먹는 법」에서는 시적 상상이 극대화된다. 밤하늘을 가위로 잘라, 햇살로 구워, 김처럼 말아, 별빛을 간장처럼 찍어 삼킨다. 우주는 먹는 것이 되고, 별은 마음의 소화가 된다. 시와 삶, 자연과 감정이 입 안에서 하나가 되는 순간.
이 동시집이 아름다운 이유는 시가 "어린이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민하 시의 언어는 ‘작고 따뜻하고 부드럽지만’, 그 안에 담긴 세계는 깊고 넓고 조용히 흔들린다. ‘책 읽는 배추벌레’도, ‘얄미운 먼지’도, ‘얼굴 없는 숟가락’도 모두 내면의 거울, 또는 우리 안의 또 다른 나다. 그의 시는 늘 일상이라는 평범한 반죽에서 시작해 언어의 온도와 감각의 양념으로 조리되어 나온다.
-김민하 시를 먹는 법
첫 줄은 혀끝으로 읽고, 마지막 줄은 가슴으로 삼킨다.
그러고 나면, 어느 틈엔가 마음속에서 한 송이 꽃이 피어 있다.
『군침 도는 하루의 시간』은 시로 만든 하루치 도시락이다. 그리고 그 도시락은 당신이 기운 없을 때, 말보다 따뜻한 밥 한 숟갈을 내밀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