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지치고 외로운 어느 날,
요구르트의 달달함과 약간의 오지랖이 필요한 그런 순간,
요구르트 언니가 ‘온기’를 담고 달려갑니다!
각자도생 시대에서 더욱 빛나는
MZ 세대 여울의 취업 생존기
《반짝반짝 샛별야학》과 다수의 청소년 앤솔러지를 통해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온 최하나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 《온기를 배달합니다》가 출간된다. 이 작품은 요구르트를 배달하는 20대 청년 ‘여울’이 사회에서 소외된 이웃들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 따뜻한 성장 드라마다.
요구르트나 우유 배달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매일 이루어지며, 최근에는 복지 서비스와 연계되는 등 사회적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최하나 작가는 이 같은 현실적 배경을 토대로, 작고 사소해 보이는 배달을 통해 사람의 손에서 다시 사람의 손으로 전해지는 ‘온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자도생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시대. 열정 반 오지랖 반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는 여울의 이야기는, 마치 요구르트처럼 달큼한 여운을 남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부자가 되고 싶다”라는 막연한 꿈 하나로, 열심히 일한 만큼 벌 수 있다는 요구르트 배달을 시작한 여울. 대부분 중장년의 베테랑들이 일하는 이 업계에서 여울은 특유의 넉살과 싹싹함으로 금세 지점의 마스코트가 되고, 궂은 지역도 마다하지 않고 성실히 일하며 선배들의 편견을 바꾸어간다. 작고 귀여운 배달차 ‘콩콩이’를 몰고 거리를 누비는 여울은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영화감독을 꿈꾸었지만 취업 실패 후 은둔형 외톨이가 된 취준생 청임, 한때 여순경이었으나 지금은 달동네에 홀로 사는 독거노인 꽃분 할머니, 보이스 피싱으로 모든 것을 잃은 자립 준비 청년 경인. 여울은 그들의 일상에 조금씩 스며들며, 그들의 삶에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도 깨달아간다.
꿈은 건물주, 현실은 5평 원룸살이
하지만 절대 좌절은 없다!
고인물뿐인 이 업계에 떨어진 여울이
달콤새큼한 세상을 살아가는 법
대학을 졸업한 여울은 ‘부자’라는 목표를 위해 시간 운용이 자유롭고 실적에 따라 돈을 버는 유제품 배달 일을 시작한다. 지점의 유일한 20대 직원으로 ‘요구르트 언니’라는 별명을 얻은 여울은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쌓아온 싹싹함과 성실함으로 동료와 손님들에게 점차 신뢰를 얻는다. 어느 날 집을 뛰쳐나온 반려견을 찾아준 인연으로, 여울은 은둔형 외톨이가 된 딸 청임을 다시 세상 밖으로 이끌어달라는 아파트 부녀회장의 부탁을 받는다. 조건은 신규 계약 20건! 그 후 매일 와플을 굽고 말을 건네는 여울의 꾸준함은 청임이 용기를 내는 계기가 된다. 한편,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천사 마을’에선 괄괄한 성격의 꽃분 할머니와 사사건건 부딪치지만, 고독사한 이웃을 목격한 여울은 홀로 살아가는 꽃분 할머니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꽃분이 과거 보기 드문 여경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여울은 단절된 인연을 다시 잇기 위해 동료 여경들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매일 요구르트를 사 가던 자립 준비 청년 경인. 그의 다정함에 여울은 호감을 느끼지만, 경인은 어느 날 갑자기 발길을 끊는다. 며칠 후, 청년 복지 사업으로 방문한 한 아파트에서 보이스 피싱을 당해 절망 끝에 자살을 시도하려던 경인을 구한 여울은 그를 다시 삶으로 이끌어준다.
여울은 배달하면서 만난 사람들을 돕고 변화시키며, 자신 역시 조금씩 성장해 간다. 자신이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고만 생각했는데 청임이 추천해 준 영화, 꽃분 할머니와 오른 약수터, 경인과 나눈 조용한 대화 속에서 여울 역시 온기를 전해 받고 있었다. 그저 돈을 모아야겠다는 공허한 목표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울은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근데 진짜 다 그대로네. 세상은 나 없이 잘만 돌아가고 있었나 봐.”
“네가 있어야 너의 세상이 완성되는 거지, 인마.” _책 속에서
‘MZ세대’, ‘캥거루족’, ‘노인’ 같은 편리한 범주 뒤에 숨겨져 잘 보이지 않는 수많은 개인의 삶. 《온기를 배달합니다》는 그 이면을 들여다보며, 청년의 자립과 돌봄, 세대 간의 이해, 사회적 약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을 담아낸다. 인연이 되어 얽히고 여울을 통해 서로에게로 이어지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누군가를 돕는 일이 곧 나 자신을 위한 일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여울’이라는 인물에 대해 작가는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소소한 영웅을 그리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대단한 초능력이나 문제 해결력은 없지만, 거침없는 행동력, 귀여운 오지랖,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진심 어린 관심과 연대의 마음이 여울의 특별한 힘이자 능력일 것이다. 요구르트와 함께 온기를 전하는 여울의 여정은,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느리지만 따뜻하게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다시금 일깨운다. 일상에서 작은 위로와 희망을 찾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온기를 배달합니다》에서 원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