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진선미’ 3부작 프로젝트, 10년간의 대장정 완결!
2014년 『한국의 지(知)를 읽다』를 시작으로 2024년 『한국의 미(美)를 읽다』, 2025년 『한국의 마음(心)을 읽다』까지 10여 년에 걸친 ‘한국의 진선미(眞善美)’ 3부작이 완결되었다. 특히 『한국의 마음(心)을 읽다』는 2025년 3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출간되며 10여 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언어학자로서 2005년 대한민국 문화포장을 수장하고 2010년에는 『한글의 탄생』으로 마이니치신문사와 아시아조사회가 주최하는 제22회 아시아태평양상 대상, 2012년 한글학회 주관 주시경학술상, 2014년 일본 파피루스상을 수상한 노마 히데키(野間秀樹)와,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세교연구소 이사장으로 2023년 제7회 중국학공헌상, 2025년 제31회 용재학술상을 수상한 백영서가 『한국의 미(美)를 읽다』에 이어 『한국의 마음(心)을 읽다』를 함께 엮었다.
『한국의 마음(心)을 읽다』는 시인, 소설가, 언어학자, 번역가, 서점인, 출판인, 저널리스트, 심리학자, 철학자, 미술가, 음악가, 사진가, 건축가, 영화제작자 등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는 122명의 저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한국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책을 추천한다. 고대부터 미래에 이르는 다양한 시간 속의 마음, 일상의 사소한 마음부터 천지를 뒤덮을 듯한 위대한 마음에 이르기까지, 투철한 지성에 담긴 마음부터 뜨겁게 불타오를 듯한 마음까지, 300여 권의 책과 함께 한국ㆍ조선의 마음에 가닿게 해준다.
▶ 마음이야말로 경계도 없고 한없이 큰,
그래서 보이지 않는 힘이다
저자들은 한국, 한국인의 마음을 대표하는 정(情)과 한(恨), 신명(神明)을 비롯해 고독, 연민, 공동체 의식, 유교주의 등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과, 한국이 현대화를 겪으며 진보와 보수, 좌와 우, 가부장제와 페미니즘, 주류와 소수, 개인과 공동체 등으로 양분되는 양상이 한국인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한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항상 엄마가 밤새워 짠 ‘나이’라거나 ‘베’라고 부르던 그 천연 직물을 팔아서 사 가지고 온 지지미 옷 생각이 나고 그 생각이 나면서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코끝이 아리는’ 증세를 느끼고(공선옥 글 / 권정생, 『우리들의 하느님』), 칼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나라를 하나로 묶으려고 했던 가실왕과 고을의 자연을 가야금에 담아 예술로 승화시킨 우륵의 모습에서 한국인의 삶과 심성이 자연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고(김건숙 글 / 김훈, 『현의 노래』), 인간은 역경을 겪으며 어떻게 부서지고 또 단련되면서 변화하는지, 연민 경건 따위는 어디에서 생기는지 고민한 끝에 “양심은 우리 마음의 가장 은밀한 골방이며, 우리가 하느님과 단독으로 대하는 지성소입니다”라고 한 말에서 그가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실존의 척도를 얻었다고 생각하고(김형수 글 / 김대중, 『김대중 옥중서신』), 아직도 현재의 슬픔인 ‘80년 5월 광주’의 소년 동호를 ‘함께’ 기억하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변용란 글 / 한강, 『소년이 온다』).
막막한 시대에 갈 곳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비극이 연이어 그려지는 작품에서도 희망의 실마리를 찾고(나카마타 아키오 글 /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수산물 수탈에 맞서 싸운 제주해녀들의 항일투쟁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사람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고(니미 스미에 글 / 허영선, 『해녀들』), 1937년에 스탈린의 명령으로 강제 이주당해 중앙아시아 각지에서 소수민족으로 명맥을 겨우 유지하는 고려인이 조선어 발음을 연습하는 광경을 보며 입에서 입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그 말의 구석구석에서 말로 하기 어려운 ‘언령(言靈)’을 느낀다(다카기 다케야 글 / 강신자, 『추방당한 고려인: 천연의 미와 백년의 기억』).
그리고 학생 시절의 ‘허세’가 원인이 되어 몇 년 후 큰 대가를 치르게 되는 주인공의 슬플 정도로 가슴 아프며 동시에 어딘지 모르게 해학적이어서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모습에서(이나가와 유우키 글 / 이기호, 「원주 통신」), 일을 마치고 회사 사람들과의 교류가 끝나고 그야말로 ‘파김치’가 되어 귀가하는 아빠가 아이와 약속한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는 모습에서(후루야 마사유키 글 / 김영진, 『아빠의 이상한 퇴근길』) 한국의 마음을 읽어낸다.
▶ 한국ㆍ조선인의 ‘마음’을 찾는 장대한 여행
이 책에는 모두 122명의 저자가 283종의 책을 추천한다. 이 중에서 여러 저자가 중복 추천한 책은 23종에 불과하다. ① 5명이 중복 추천한 도서가 1종, ② 3명이 중복 추천한 도서가 5종, ③ 2명이 중복 추천한 도서가 17종으로, 전체 도서 중 10%가 되지 않는다.
가장 많은 저자의 추천을 받은 도서는 ① 『소년이 온다』(한강)로 한국 저자 1명, 일본 저자 4명의 추천을 받았다.
다음으로 많이 추천받은 도서는 ②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떠도는 땅』(김숨), 『한국현대시선』(이바라기 노리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이어령)로 저자 3명에게서 중복 추천을 받았다.
저자 2명에게서 중복 추천받은 도서는 17종으로 ③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이금이), 『디디의 우산』(황정은), 『리나』(강영숙), 『미래 산책 연습』(박솔뫼), 『사람, 장소, 환대』(김현경), 『시와 산책』(한정원), 『식탁 위의 한국사』(주영하), 『옷소매 붉은 끝동』(강미강), 『입 속의 검은 잎』(기형도), 『추방당한 고려인』(강신자), 『축소 지향의 일본인』(이어령),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양영희), 『코리안 세계의 여행』(노무라 스스무), 『핑퐁』(박민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시 전집』(윤동주), 『한국인의 심리상담 이야기: 현실역동상담의 이론과 실제』(장성숙·노기현), 『해녀들』(허영선) 등이다.
이처럼 중복 추천하는 도서가 의외로 많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의 마음’을 바라보고 읽어내는 시각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마음을 읽다』에 참여한 한국과 일본의 저자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각양각색의 다원적인 ‘마음’이 드러난 결과일 것이다.
지금은 한 해에 1,0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여전히 복잡다단한 감정이 남아 있다. ‘한국인’이 느끼는 한국의 마음과 ‘일본인’이 느끼는 한국의 마음은 다를 것이다. 같은 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일지라도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누군가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기 위해 책으로 손을 뻗는다. 『한국의 마음을 읽다』가 그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