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돌봐 드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늘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실례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등을 입에 달고 살았다.
_본문 중에서
『어느 날 아빠가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는 사소했던 일상이 낯설게 다가오기 시작하고, 기억이라는 등불이 하나씩 하나씩 꺼져가는 부모님을 돌보며 저자가 ‘사랑을 받던 존재’에서 ‘사랑을 주는 존재’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누구보다 따듯하게, 누구보다 단단하게 자기의 삶을 온몸으로 끌어안은 한 사람의 서사이자 앞으로 우리 사회가 마주해야 할 운명을 담은 이야기이다.
익숙하던 시간이 조용히 무너지고, 관계의 결이 바스러지는 순간들, 돌봄이라는 단어 속에 감춰진 수많은 감정 - 서글픔과 분노, 죄책감과 회복, 다정함과 이별-을 투명한 유리컵처럼 비추어낸 이 책을 돌봄의 시간 속에서 수많은 감정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 흐트러진 삶의 중심을 어떻게든 다시 세워보고 싶은 이들에게 건네주고 싶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혼자 할 수 있는 돌봄은 없습니다.”
잃어버리는 시간에 대한 기록이자, 그럼에도 끝까지 지켜내고 싶은 마음에 관한 이야기. 하루하루 사라져가는 아버지의 기억 앞에서 저자는 외면하지 않고 눈을 맞췄다. 익숙한 말투, 함께 걷던 골목길에서 모든 것이 조금씩 기울어갔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기의 마음을 지켜냈다. 그 모습에 어떤 페이지에서는 울컥 울음이 올라오고, 어떤 문장에서는 마음이 한 구석이 먹먹해진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면, 부모님에게 안부 전화를 넣거나 가만히 손을 잡고 싶어질 것이다. 함께하고 있지 못하다면, 이미 떠난 보낸 후라면,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리운 이름을 불러보게 될 것이다.
누군가를 돌보는 모든 사람에게,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은 모든 이에게,
그리고 언젠가
혼자가 될 자신을 위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