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순간마다 나를 붙잡는
낡지 않는 부처의 깨달음
“마음의 평온은 최상의 행복이다”
우리는 흔히 부처를 깨달음을 얻은 성자로만 인식한다. 부처의 말 또한 그저 ‘좋은 말’로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 ‘좋은 말’들 뒤에는 부처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 말을 듣는 사람의 상황, 세상을 타인을 바라보는 부처의 시선이 있다. 그 경위를 세세하게 알고 나면 부처의 심정은 물론 그가 살아온 삶까지 이해하게 된다. 그 역시도 ‘인간다운 삶’을 얻기 위해, ‘세상이 사람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역시 어머니의 부재, 나라의 존망 위기, 주변 사람들의 배반, 악마의 유혹을 겪은 한 인간이었다. 청년 고타마는 일찍이 “인간은 어째서 이런저런 것들로 괴로워하고, 노쇠와 병을 겪으며 죽어 가는 것인가?” “어떻게 하면 이 고통을 벗어나서 잘 살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이에 고타마는 나라를 일으킬 구원자로 자신을 믿고 있는 가족과 백성과, 모든 것이 풍족한 환경을 뒤로 하고 출가를 결심한다. 홀로 고행의 시간을 견디었고, 고독과 고통 끝에 깨달음을 얻은 자, 곧 부처가 되었다. 부처가 된 이후에도 부처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한 제자는 부처를 배신하고, 부처를 죽이려고 했다. 악마는 부처의 배고픔과 욕심, 미움을 자극했다.
그러나 부처는 자신을 해하려는 사람이 마음을 돌이킬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자신이 타인을 바꿀 수 없으며, 오직 자신만이 스스로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강한 나라의 왕이나 악마가 와서 큰 재물을 주겠다고 회유하여도 거절하고 사람들에게 설법을 전했다. 재물이나 명예는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헛된 것임을 깨달아, 낡거나 사라지지 않는 지혜를 선택한 것이다. 부처는 고통을 피해 은둔하거나, 시름을 달래기 위해 쾌락에 몸을 맡기지 않았다. 삶의 질곡 가운데에서도 자존감, 배려심, 감사함을 지켜내는 일에 집중했다. 또한 언제나 인간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여 계급과 차별을 타파하고 작은 생명도 소중하게 여겼다.
이 책은 부처가 살던 시대와 오늘날이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부처가 견뎌야 했던 역경도 우리가 겪어야 할 삶과 다르지 않았다. 때문에 그의 가르침을 우리 삶에 적용해 본다면 “깨달은 사람은 늘 이긴다. 이 세상 누가 그를 이길 수 있겠는가(『법구경』 179)” 하는 그의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부처에게 이와 같이 들었습니다”
생생한 부처의 말로 듣는
완전한 자유에 이르는 법
부처는 세상을 떠나기 전 제자들에게 “나의 육신은 여기서 끝나지만, 나의 가르침은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또한 “내가 죽은 후에는 내가 남긴 가르침과 계율이 그대의 스승이다”라고 했다. 이에 제자들은 부처가 세상을 떠난 후 한자리에 모여 각자가 경험한 부처의 말과 행동을 이야기하고, 서로 확인하여 경전을 만들었다. 그래서 초기불교 경전은 “이와 같이 나는 들었습니다”로 시작한다. 『아함경』『법구경』『경집』 등이 바로 이에 해당하는 초기불교 경전이다.
초기불교 경전은 불교의 근간을 이루는 교의를 담고 있으며, 역사적·철학적·실천적 가치가 크다. 부처의 직접적인 가르침과 생애, 당시의 사회·종교적 배경을 가장 가깝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제자들의 대화, 수행 방법, 당시 인도의 사상적 논쟁 등도 생생히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초기불교 경전은 단순한 종교 문헌이 아니다. 인류가 고민해 온 ‘인생 문제’에 대한 치열한 탐구의 결과물이자, 가장 오랫동안 읽힌 삶의 지침서이다.
이 책에는 엄선된 초기불교 경전의 구절과 함께 그 일화가 기록되어 있다. 특히 당시 상황과 유사한 오늘날의 에피소드들을 덧붙여 친절하게 설명하는 부분들은 250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좁혀 준다. 불교 경전을 변형하지 않으면서, 부처의 가르침이 크고 작은 우리의 일상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저자의 노력으로 돋보이는 지점이다.
유언에서 알 수 있듯 부처는 자신이 했던 것처럼 제자들과 많은 사람이 항상 깨달음을 되새겨 악한 마음이나 일로부터 스스로를 돌이킬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그들도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독려하였으며, 부처가 되기를 바랐다. 결국 이 책에서 조명하고 있는 것은 부처의 삶과 깨달음뿐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삶이다. 우리가 스스로의 삶은 물론 타인의 삶까지 돌아볼 수 있을 때 부처의 가르침은 살아 있는 지혜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