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있다는 건,
오늘을 열심히 살고 내일을 잘 준비한다는 뜻
해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아이들의 걱정과 고민도 깊어만 간다. 새로운 교실에서 새 친구와 사귀어야 하고, 달라진 시간표에 적응해야 하며 공부에 대한 부담도 늘어난다.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에 대한 부담감이 커져서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 열에 여섯(62%)은 ‘공부가 싫다’고 답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논란이 된 ‘7세 고시’나 ‘의대 쏠림’ 등 한국의 조기 교육 열풍에 대해 프랑스의 르몽드 지는 “한국의 학생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들이다. 한국의 교육은 가장 경쟁적이고 가장 힘든 교육이기 때문이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조기 경쟁에 시달리며 성취에 대한 압박을 받는 아이들은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심해지고 스스로 자신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여겨 좌절하거나 무력함을 겪는다. 그런데 어른들은 학업에 방해가 되는 모든 걱정과 고민을 빠르게 대신 해결해 주면서 아이들이 삶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해 볼 수 있는 작은 틈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어쩌면 아이들의 고민이 너무 많아서 문제라기보다 삶의 다양한 면을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하고 충분히 들여다볼 여유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아이들, 특히 십 대에게는 자신의 문제를 고민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모색할 틈이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스스로 회복 탄력성을 기르며 더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전에게 물어봐!》는 십 대의 다양한 고민을 꿈과 열정, 나와 가족, 나와 친구, 지혜와 의지, 소통과 더불어 삶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나눈 뒤, 십 대 마음의 문을 열 고전 속 ‘인상 깊은 문장’으로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맞춤 처방을 내려 준다. 《논어》, 《맹자》, 《장자》, 《중용》, 《시경》 등 널리 알려진 중국 경서를 비롯해 이이, 허균, 정약용, 박지원, 홍대용 등 한국 사상가들의 산문들, 신사임당과 홍랑 같은 여성 문인의 작품들, 가장 오래된 백제의 노래 〈정읍사〉와 신라의 향가 〈제망매가〉까지 다양한 장르의 고전을 선별해 보석처럼 아름다운 글귀를 소개한다. “고민이 있다는 것은 오늘을 열심히 산다는 뜻이고, 내일을 잘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저자들은 고민하는 걸 걱정할 필요 없다고 강조한다. 때로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때로는 쉬운 비유로, 가끔은 따끔한 채찍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고전 전문가들의 해설은 십 대의 불안과 고민과 불만을 다독인다. 이 과정에서 자존감은 올라가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함께 어울리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나를 성찰해 보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된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온
고전 고민 상담소로 놀러 오세요!
옛사람도 가족과 친구에 대해 고민했고, 자신의 꿈에 대해 고민했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고민하며 그 문제를 스스로에게 묻고 깨달은 바를 글로 남겼다. 그것이 바로 ‘고전’이다. 사람들이 삶에 대한 걱정과 고민, 불안으로 막막하고 앞이 보이지 않을 때마다 수백 혹은 수천 년의 시간과 지구 반대편이라는 공간을 뛰어넘어 온 고전을 펼쳐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나뿐인 정답이 아니라 미래로 가는 길을 밝혀 주는 선현의 깊은 지혜가 담긴 100문장을 통해 고전에 대한 ‘관심’과 고전의 ‘가치’와 고전을 ‘탐구’하고자 의지에 한발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첫째 장 ‘꿈과 열정’에서는 꿈과 미래를 향한 노력과 열정의 가치를 배운다. 꿈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고 꾸준한 노력과 열정이 필요하다. 노력의 과정에서 성과가 나지 않아 실망하고 좌절할 때 《중용》은 비록 결과적으로 실패해도 그 노력이 실력으로 쌓여 언젠가 빛을 발하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한다.
둘째 장 ‘사랑하고 이해하며’에서는 화목한 가족을 향한 사랑과 이해의 가치를 배운다. 가족을 잃었을 때 그 상실감과 슬픔을 어떻게 견디는지, 부모님의 무관심이나 때로는 지나친 관심이 힘들 때 어떻게 대처할지 살펴본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대해 조선의 실학자 박지원은 《연암집》에서 시냇물에 자기 모습을 비춰 보며 세상을 먼저 떠난 아버지와 형의 모습을 떠올린다며 상실에 대한 아픔을 위로한다.
셋째 장 ‘나답게 너답게’에서는 서로를 알아주는 친구와 우정의 가치를 배운다. 십 대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친구 문제일 것이다. 친구가 너무 없어서 걱정, 혼자 있고 싶어서 고민, 친구와 사이가 멀어졌나 싶은 불안, 친구에 대한 질투, 친한 친구와 헤어져야 하는 슬픔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최치원의 시 〈추야우중〉에는 ‘나를 알아주는 이’, 즉 ‘지음(知音)’이라는 말이 나온다. 마음이 서로 통하는 친한 벗을 이르는 말로, 거문고를 잘 타던 백아가 자기 거문고 소리를 알아주는 유일한 친구인 종자기가 죽자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데서 유래한 이야기다.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주는 친구에 대한 소중함을 힘주어 말한다.
넷째 장 ‘지혜와 의지’에서는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와 선택의 가치를 배운다. 안 좋은 일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 같을 때, 다른 친구들처럼 명품이 갖고 싶을 때, 말도 안 되는 헛소문으로 괴로울 때 등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현명하고 옳은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을지 알려 준다. 조선의 실학자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근거 없이 널리 퍼진 소문을 거두어 보리 뿌리에 묻는다’는 속담을 소개한다. 보리가 익으면 사람들이 농사일로 바빠지기 때문에 근거 없이 떠도는 소문도 저절로 없어진다며, 혹시 헛된 소문으로 괴롭다면 그 소문을 만든 사람의 잘못이니 상처받지 말라는 삶의 지혜를 되새겨 준다.
다섯째 장 ‘소통과 공생’에서는 모든 생명을 아울러 소통하고 공감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힘의 가치를 배운다. 까마귀가 울면 불길하다는 걱정, 거피를 사고파는 일이 왜 잘못되었는지, 이웃에게 왜 꼭 인사해야 하는지, 벌레나 뱀이 너무 징그럽고 싫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이규보는 〈슬견설〉에서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살고자 하니 크든 작든 생명은 모두 소중하다고 했고, 《춘향전》에서 탐관오리 변학도를 비판하는 이몽룡의 대목은 이 세상에 당연한 일은 하나도 없다는 가르침을 전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각 장이 끝나고 나면 십자말풀이, 옛 글투로 편지 쓰기, 사자성어 따라 쓰기, 종이부채 만들기 등의 〈고전이 즐거워!〉를 통해 즐기며 고전의 가치를 익히고 새기게 된다.
정답보다는 성장의 길잡이가 되어 주는
가장 오래되고 지혜로운 통찰
아이들은 맞닥뜨린 여러 가지 삶의 문제 앞에서 충분히 고민하고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며 성장해 나간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실패나 좌절을 맛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어른들이 아이들 앞에 닥친 모든 방해물을 제거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건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 스스로 갈등과 고민, 문제 상황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이다. 특히 고전은 오랜 세월 사람들이 숱하게 겪은 수많은 삶의 문제에 대한 가장 오래되고 지혜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비록 완벽한 정답을 알려 줄 수는 없더라도, 살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힐 때 문득문득 이 책에 소개된 고전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스스로 답을 찾아 나설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지혜로운 삶의 자세를 알려 주는 지침서로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고전 ‘채근담’의 제목은 사람이 풀뿌리라도 씹을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온갖 어려운 상황에 놓이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나아가라는 의미다. 오랫동안 동양 고전을 공부하고 학생들을 가르쳐 온 저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선별한 고전과 해설이 자신에 대한, 가족과 친구에 대한, 관계에 대한, 죽음과 이별에 대한 십 대들의 다양한 고민과 걱정에 따뜻한 격려와 다정한 위로와 밝은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