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고민을 함께 나누려는 용기에서 시작된 힘
평범한 고등학생 ‘하지’는 하루아침에 검지의 힘만 유독 강해지는 능력이 생긴다. 조금만 방심하면 연필을 부러뜨리거나, 급식을 먹다 숟가락을 휘어지게 만드는 세상 ‘애매한’ 능력이다. 원한 적도, 상상한 적도 없는 힘. 단짝 영인하고만 “둘만 있는 섬”처럼 지내던 하지의 눈에 교실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던 괴롭힘이 들어온다. 과거 비슷한 상황을 목격했으나, 용기 있게 나서지 못했던 하지는 지금 교실에서 벌어지는 눈에 띄지 않는 괴롭힘을 주시한다. 급식에 나온 주스 갑을 책상에 버린다거나 지나가면서 어깨를 툭 치는 식의 일반적이지 않은 친구 사이를. 쓸모없어 보이던 검지는 친구의 고민을 나누려는 용기와 맞닿아 한 차원 더 큰 힘을 얻는다.
하지만 죄책감에 ‘그날’의 기억 일부를 잃어버린 하지에게 불쑥불쑥 들리는 목소리는 일상을 흔들어 놓는다. 그러던 중 도서관에서 ‘그 아이’일 리 없는 뿔테와 마주치게 되는데……. 사라진 하지의 기억 속 그날의 진실은 무엇일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난 후에야, 내가 상처받았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지켜보고만……? 비겁했던 건 아닐까.
용기를 내야 할 순간에 용기를 내지 않으면 상처받는 건 그들만이 아니다. (21면)
“줘! 라고 간절하게 말해.
중요한 건 간절한 마음이야. 하나, 둘, 셋!”
손가락을 타고 짜릿하게 흐르는 용감한 우정
검지가 가진 진정한 능력은 ‘서로를 연결하는 힘’이다. 자기만의 세계를 부유하던 하지가 다른 이에게 관심을 기울이자, 머물러 있던 검지의 힘이 이동한다. 힘을 받고 싶은 아이가 간절한 마음으로 “줘!”라고 말하고, 하지가 “줄게.”라고 답하면 힘이 전해진다. 소설에 등장하는 슬정아, 호여준, 정영인, 유익표는 주인공 하지가 검지의 힘을 보내게 되면서 친구가 된 아이들이다. 검지와 검지 사이로 짜릿하게 힘이 전해지는 순간, 마음과 마음이 이어져 ‘나’는 ‘우리’가 된다. 열일곱 교실에서 같은 교복을 입고 앉아 있는 아이들은 모두 비슷한 듯 보이지만, 그 속에는 고민의 모양이 제각기 다르다. 따돌림, 진로, 부모의 이혼 등 각자의 고민을 껴안은 10대 아이들은 서로의 삶에 손차양하며, 숨 막히는 여름 더위를 견디어 낸다. 그렇게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름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는 식물이 자라듯 한 뼘 성장한 아이들이 있다. 『검지의 힘』은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뭉근한 우정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보통의 존재가 가진 힘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