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부분은 개, 돼지 같은 존재들이야. 목줄을 풀어주면 주인을 물거나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가려 한다고.”
『2025계엄민국』은 “계엄령이 발동된 2025년의 대한민국”이라는 설정 아래, 국가 권력이 어떻게 국민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소설은 2025년 1월 1일 0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취임 1년 만에 탄핵 위기에 몰린 대통령은 오로지 자신이 살기 위한 수단으로써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이후 계엄군을 동원해 국회를 점거한 뒤 의원들을 체포하고 구금하며, 계엄령 해제 결의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이로써 입법, 사법, 행정 등 국가 시스템을 전부 장악한 대통령은 국민의 기본권을 말살하며 공포로 국민을 억압한다. 또한 편법적으로 헌법 개정을 추진하며 장기 독재 정권 수립을 위해 박차를 가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놀랍도록 사실적이다.
작가는, 국가가 휘두르는 정치적 폭력이 국민 개개인의 삶에 어떻게 파고드는지를 여섯 인물의 서사를 통해 보여준다. 달라진 일상에 불안해하는 직장인, 편의점으로 숨어든 시민과 그를 쫓는 계엄군 사이에서 갈등하는 알바생, 왜곡된 한국사 교과서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하는 역사 교사, 명령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군인 등 각 등장인물은 독재 권력과 마주하며 서로 다른 고통과 갈등을 겪는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려지는 오늘, 『2025계엄민국』은 허구의 서사를 넘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비추는 거울 같은 작품이다. 작품을 읽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작품이 만들어낸 허구적 세상이 전혀 낯설지 않다는 데서 소름 돋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 그리고 그 속의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