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된 지하주차장에 갇힌 아홉 명의 아파트 주민,
유일한 구명정인 엘리베이터 정원은 단 여덟 명뿐.
범죄 피의자들의 반성문을 대신 써주는 일을 하던 시윤은 어느 날, 재난 트라우마를 다루는 도서 출간을 위한 원고 대필 작업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1년 전에 산사태로 인해 침수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살아남은 여덟 명의 생존자를 대상으로 집단 인터뷰를 시작한다.
당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는 1501동 주민 아홉 명이 갇혔는데, 그들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엘리베이터 비상 탈출구를 열기 위해 삼각열쇠를 찾는다. 그러던 중,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지하 3층으로 내려가 삼각열쇠를 찾던 전경석이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탈출에 성공한 생존자들은 그를 타인을 위해 목숨을 희생한 숭고한 영웅으로 둔갑시킨다.
시윤은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전경석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되고, 생존자들의 증언이 엇갈리면서 사건은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된다. 결국, 사고 당시 전경석은 지하 3층을 수색하지 않았고, 엘리베이터 정원 여덟 명을 맞추기 위해 생존자끼리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지 않을 한 명을 뽑는 투표를 하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시윤은 전경석이 재난에 의해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된 것이 아닐까 하는 강한 의혹에 사로잡히고 만다.
전경석이 죽지 않았다면 투표로 제외됐을 확률이 가장 높았을 1501동의 진상 주민 남정운, 불륜 관계임을 들킬까 봐 불륜 현장을 목격한 전경석을 죽였을 가능성이 있는 신지아와 안도진, 앙숙 관계인 남정운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의 김광일. 기윤의 추리 끝에 이 네 명의 생존자가 유력한 용의자로 좁혀진다. 그러던 중, 유력한 용의자였던 남정운이 자기 집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며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되는데…….
정말로 전경석은 살해당한 것일까? 누가 그를 살해한 것일까? 1년 전, 침수된 지하주차장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재난사고로부터 여덟 명의 삶을 지켜낸 희생자인가,
다수의 폭력에 스러진 계획살인의 피해자인가
《마이너스 인간》은 재난사고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숨긴 비밀을, 대필 작업을 의뢰받은 기윤의 추리로 파헤치는 소설이다. 여기까지 본다면, 재난을 소재로 한 여타 추리·스릴러 소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소설을 끌고 나가는 인물은 사건 현장에 있지 않았던 "기시윤"이다. 심지어 사고가 일어난 지는 이미 1년이 지났고, 목격자나 증거도 없다. 《마이너스 인간》은 사건에 한 발짝 떨어진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함으로써, 극의 몰입감을 높였다. 극히 제한된 정보 속에서, 시윤은 생존자들의 증언에 계속해서 흔들리게 되고, 독자들 또한 그런 시윤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이입해, 그날의 끔찍한 진실을 향해 함께 걸어 나간다.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재난 상황에서의 의문스러운 죽음. 생존자들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뉘우치며 스스로 속죄한다. 독자들은 어느새 삶과 죽음 경계에서 어쩔 수 없었던 그들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보란 듯이 소설은 재난 생존자들에게 공감하던 독자들의 뒤통수를 세게 내리친다.
본능적인 욕망으로 살아남은 그들은 이윽고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사적인 욕망을 드러낸다. 각자의 이기심과 욕망이 엉망으로 뒤섞인 모습은, 수몰된 지하주차장의 풍경보다도 끔찍하게 느껴진다. 누군가는 직업을 갖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싫어하는 이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서로를 속고 속이는 거짓말을 시작하고, 이 거짓말은 결국 죽음의 끝에서 살아 돌아온 여덟 명의 생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파멸적인 결말에 가닿게 한다.
소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짓이라도 저지르는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을 비판하며, 나아가 재난과 다를 바 없는 현시대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