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가상 사이, 그 어딘가에서
이번 호 잡지를 끝까지 읽는다면, 아마도 여러분은 지금쯤 ‘메타버스’와 ‘가상현실’이라는 단어에 조금 더 익숙해졌을 것입니다. 사실 메타버스는 우리의 아주 가까운 곳에 이미 와 있었지요. 우리가 매일 접속하는 게임 속 세계, 화상 수업을 들으며 보았던 가상의 교실, 멀리 있는 친구와 실시간으로 대화했던 온라인 공간… 이 모든 것이 메타버스의 한 조각이니까요.
메타버스와 가상현실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바로 ‘현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가능하게 한다’라는 점입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우리는 집에서 누워 세계 여행을 할 수도 있고, 우주선 안에서 중력을 체험하거나, 심지어 자신이 만든 가상 세계에서 친구들과 뛰어놀 수도 있습니다. 이런 기술들이 공부나 예술, 스포츠, 직업처럼 진지한 영역에도 점점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우리의 미래가 지금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풍성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새로운 가능성이 생길 때마다 그만큼 새로운 책임도 따라오는 법이죠. 메타버스는 마치 반짝이는 유리문 같아서, 한 발짝만 잘못 디디면 안쪽으로 쑥 빨려 들어가 버릴지도 모릅니다. 너무 오랜 시간 가상공간에 머무르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조금씩 지쳐가고, 현실에서 꼭 마주해야 할 문제들은 점점 멀어지게 되지요. 그리고 이 세계에는 아직 법과 질서가 완전히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현실에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안전’이나 ‘권리’ 같은 것들도 스스로 더 잘 지켜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가상의 인물이지만 실제 사람을 속이거나 상처 주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고, 나도 모르게 개인 정보를 노출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 세계를 자유롭게 누리기 위해서는 기술보다 먼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 그리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가 꼭 필요합니다. 이번 호는 가상현실과 메타버스이 세계 속에서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지에 대한 다양한 상상을 끌어냅니다.
어쩌면 여러분 중에는 언젠가 메타버스 속에서 직업을 갖게 될 사람도 있을 거예요. 가상의 건축가가 되어 디지털 도시를 설계할 수도 있고, 가상 동물병원을 운영하거나, 아바타 스타일리스트가 되어 전 세계 이용자들의 옷을 디자인할 수도 있겠죠. 현실처럼 정해진 틀이 없는 만큼, 여러분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가장 빛을 발하게 될 겁니다.
이것 하나는 꼭 잊지 말기로 해요. 메타버스는 ‘현실을 대신하는 세계’가 아니라, ‘현실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하나의 도구’라는 사실을요. 진짜 삶은 여전히 여러분 눈앞에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 있고, 학교의 교실과 운동장, 그리고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그 순간에 있습니다. 가상은 그 위에 덧입혀지는 또 하나의 색깔일 뿐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