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비껴가지 못하는 학교폭력
교육 현장의 생생한 민낯을 드러내다
이른바 ‘학폭’이 사회적 의제가 된 지 오래다. 주변에서도 직간접적인 학교폭력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는데, 그 무수한 학폭 사건은 그저 은폐되고 은폐하기 십상이다.
학폭으로 접수되면 학부모들은 “내 아이는 절대 그런 아이가 아닌데 친구를 잘못 만나서 안 좋은 행동을 했다고” 그저 남 탓에 바쁜 경우가 많다. 심지어 자신 또는 자녀가 분명히 잘못한 게 있지만, 상대 학생이 자신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한 것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다시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기도 한다. 대체 어쩌라는 것일까.
현재 학교폭력과 교권침해 관련 업무 상당수는 교육지원청에서 담당한다. 이 책은 그곳 교육지원청에서 일하는 분들의 학교폭력 및 교권침해 사례담으로, 우리 교육 현장의 생생한 민낯을 볼 수 있게 한다.
학교와 교육지원청은 학교폭력과 교권침해 사안에 대해 기계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아이들 행동에 대해 섣불리 결론 내리기보다 왜 그런 갈등이 생겼는지,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지 등을 먼저 생각한다. 사안을 다양한 측면에서 볼 수 있도록 심의위원들이 여러 분야 전문가들로 꾸려져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책의 1부는 학교폭력, 2부는 교권침해와 관련한 이야기를 담았다. 사안을 진행하며 업무 처리 시 고려해야 할 점과 함께, 법률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점들도 같이 다루어 전문성을 높였다. 그리고 화해중재, 위센터 등 학교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갈등을 교육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도 소개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모두가 학교폭력과 교권침해에 대한 이해를 넓히면서 학교와 교육지원청의 수고 역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내 아이가 그럴 리 없다는 ‘생각’
어리석은 편견을 바로잡는 이야기
학교폭력의 상당수 사안은 굳이 교육지원청에 심의를 요청하지 않고 당사자 간, 또는 학교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친구가 째려본 것 같아서, 노란 옷을 입고 갔더니 소시지 같다고 놀려서, 수업 시간에 소리를 질러서, 지나가면서 어깨를 치고 가서 등을 이유로 학교폭력이 접수되곤 하는 것이다.
교육지원청에서 심의가 진행되는 사안 중 80% 이상이 ‘조치 없음’이나 학생생활기록부에 조치사항 기재가 유보되는 1, 2, 3호 조치가 결정되고 있다. 정말 아이들을 위한다면 굳이 교육지원청까지 오지 않아야 될 사안들이다. 이렇게 조치결정이 통보되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교육지원청과 학교는 뭐하는 곳이냐며 다시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국 학폭 문제는 학부모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흔히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학폭 가해자가 되면 “내 아이는 절대 그런 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모든 아이가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학부모들이 학교폭력과 교권침해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가져야 할 태도는 “내 아이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다.
상처는 피한다고 해서 저절로 낫지 않는다. 보기 싫더라도 상처를 들여다보고 그에 맞는 효과적인 치료를 한다면 새살이 돋아 오히려 더 건강해질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학교폭력과 교권침해라는 상처가 어떻게 당사자들을 아프게 하는지,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과 교육지원청이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