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과 인접 도시를 목적지 삼아 떠나는 건축 여행
애정과 성실함으로 찾아낸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과거의 풍경
대전은 많은 사람들이 경유지로 지나치는 도시다. 어딘가로 가는 길에 잠시 들르거나, 유명한 빵집에 가기 위해 머문다. 그러나 김예슬은 이 도시에서 낯선 시간을 발견했다.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건물들 안에는 근현대의 사건과 인물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들여다볼 준비가 된 사람에게 도시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대전 건축 여행』은 『서울 건축 여행』 이후 김예슬 작가가 두 번째로 펴낸 건축 여행기다. 작가가 전국의 근대 건축을 여행하며 쌓아온 경험이 더욱 깊이 있게 드러난다. 대전과 청주, 공주, 옥천을 걸으며 발굴한 38곳의 건축물을 중심으로 도시가 지나온 시간을 되짚는다.
작가는 ‘건축 여행은 적극적인 독서’라고 말한다. 건물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만나보지 못한 인물을 떠올리고, 보지 못한 장면을 상상하며 다른 시공간 속으로 빨려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처럼 특별한 경험을 만든 것은 작가의 애정과 성실함이다. 같은 장소를 여러 번 찾아가고, 오래된 기록을 뒤지고, 건물을 지켜온 사람들에게 말을 건 끝에 비로소 건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작가가 무수한 발걸음 끝에 발굴한 이야기를 읽고 나면, 도시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낡고, 지루하고, 투박하다고 여겼던 건물 앞에 멈춰 서게 된다. 호기심을 품은 ‘건축 여행자’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