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예수를 알아야 할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예수, 혐오의 확산자가 아닌 정의의 촉진자로
인류 역사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인물은 ‘예수’다. 전 세계 30퍼센트가 믿고 있는 기독교는 예수를 중심에 두고 가장 강력한 종교로 자리매김했다. 이렇게 기독교 교리가 만들어지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먹고 마시고 대화하던 이 땅에서의 예수는, 하늘에 있는 ‘초월적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의 가르침은 다양한 형태로 변이했고 분열과 정죄, 심판과 구원의 잣대가 되었다. 하지만 정작 예수는 기독교를 만든 적도, 교리라는 규율을 정한 적도 없다.
현대의 기독교는 사회 정치에서, 개인의 삶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나눔과 봉사의 자리에 ‘사랑’으로 기능하기도 하고 차별과 혐오의 현장에서 ‘예수 천당, 불신 지옥’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기독교는 신에 대한 절대적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예수를 ‘구세주’로 믿고 교인이 되어야만 구원받을 수 있다고 외친다. ‘예수 그리스도’는 곳곳에서 호명된다. 사업, 건강, 시험 등을 목표로 두고 “예수의 이름으로” 사람들은 기도한다. 또한 기독교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정죄와 혐오 현장에서 예수를 호명하면서 예수를 다양한 ‘혐오의 정치’를 정당화하는 무기로 사용하곤 한다.
《철학자 예수》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종교인 기독교의 핵심 존재 예수를 조명한다. 혐오의 확산자가 아닌 정의의 촉진자로 구해내며 그의 가르침을 새롭게 들여다본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예수, 수많은 기독론에 갇힌 예수를 오늘의 현실로 불러와 그의 메시지를 바라보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았던 예수, 자신의 거처도 없었던 노숙인 예수, 죄인들과 친구가 되고 ‘탐식하고 술주정뱅이’라고 비난받았던 예수의 삶과 그가 전한 “좋은 소식”, 즉 복음을 다양한 각도도 살펴보는 것이다. 예수의 삶을 이해하고 기독교와의 거리를 알아보는 것은 종교의 유무와 상관 없이 중요하다. 이 책은 세계를 움직이는 기독교의 여러 모습을 탐구하며, 예수의 진정한 가르침과 가까워지도록 초대한다.
철학자 예수
예수를 철학자로 전제하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생소하고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지혜를 배우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분리될 수 없다. 철학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지혜의 사랑’을 의미하며 철학자란 그 지혜를 사랑하는 존재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의 가르침은 ‘철학’의 범주에 들어가고, 예수의 삶은 철학의 ‘실천’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예수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철학자 예수》는 위의 전제에서 시작하며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전개된다.
“내가 나의 예수를 사랑할 때, 나는 ‘무엇을’ 사랑하는가.”
“내가 나의 예수를 사랑할 때, 나는 ‘어떻게’ 사랑하는가.”
예수가 말한 사랑, 용서, 환대, 평등과 정의
《철학자 예수》는 일곱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주제는 철학자 예수의 특성, 새롭게 만나야 할 예수, 사랑, 용서, 환대, 평등과 정의, 예수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 등이다.
예수가 전한 사랑의 철학은 무엇인가. 예수는 최후의 만찬에서 “서로 사랑하라”는 새로운 계명을 남긴다. 《철학자 예수》는 예수의 사랑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면서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예수가 말한 ‘서로’는 누구인가? 나와 같은 학교, 직업, 종교를 가진 사람이 ‘서로’인가? 그리고 또 하나의 큰 질문을 더한다. 내가 신과 예수를 사랑하는 것은 ‘무엇을’ ‘어떻게’ 사랑한다는 것인가?
용서는 기독교의 주요 가르침 중 하나이다. 《철학자 예수》는 예수의 용서 행위와 사건들을 철학 도구를 이용해 살펴본다. 예수의 용서 특징과 이해,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용서와 해야 하는 용서, 앞으로의 용서 가능성을 들여다본다.
환대는 예수의 가르침 중 사랑과 용서와 연결되는 것이다. 《철학자 예수》는 사적 환대와 공적 환대 등 환대의 다양한 면을 살펴보며, 현재의 우리가 환대해야 할 ‘이웃’을 생각해 본다. 21세기 이방인의 의미, 이웃의 범주, 가난한 이들과 도와야 할 이들이 누구인지 깨닫게 돕는 것이다. 그리고 일상에 퍼져 있는 ‘적대’를 살펴보며 종교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갖가지 배척의 상황을 일깨운다.
《철학자 예수》는 가톨릭, 개신교, 정교회 등 그리스도교의 모든 교리에서 벗어나 새롭게 예수의 가르침을 살펴본다. 예수가 말한 것은 죽음 후에 가는 천국이 아니었다. 예수는 이 땅 위에 굳건히 두 발을 내딛고서, 내가 어떻게 타자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지혜’를 평범한 언어로 전달했다. 예수가 말한 ‘길, 진리, 생명, 신의 나라’를 《철학자 예수》는 치열하게 탐구한다.
새로운 성서 번역과 사유의 동반자들
이 책에 인용된 성서는 《포괄적 신약성서(The Inclusive New Testament)》 또는 《신개정 표준번역 성서The New Revised Standard Version(NRSV)》를 저자가 직접 번역한 것이다. 이것은 익숙했던 성서 내용을 낯설게 보기 위한 장치이다. 동시에 여성과 남성, 어린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이 평등한 언어를 쓰는 평등 언어 사용의 시도이기도 하다.
한글 성서는 예수는 누구에게든지 ‘반말’을 하는 존재인 반면, 예수와 함께하는 이들은 예수에게 ‘존댓말’을 한다. 어른은 아이에게 무조건 반말을 하는 한국의 언어 세계는 모든 이가 평등한 존재라는 가치를 실천하기 매우 어렵게 한다. 《철학자 예수》는 위계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적 관계 설정을 시도하고자 했으며 예수도 청자들에게 존댓말을 하는 번역을 했다.
《철학자 예수》는 예수의 말과 철학자의 글로 주제들을 시작한다. 성서 내용, 그리고 주제와 부합하는 철학자들의 말이 함께한다. 이 책을 함께하는 주요 철학자는 자크 데리다, 존 카푸토, 한나 아렌트다. 이 세 사람은 앎과 삶, 지식과 실천, 종교와 일상이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 치열하게 씨름한 이들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시대와 사회적 정황에서 살고 활동했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인간과 모든 생명을 사랑’한 철학자라는 것이다. 이 세 사람의 다양한 생각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철학자 예수》의 또 다른 묘미이자 즐거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