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돌봄이다" - 『한국어 질병 표현 어휘 사전 제4권』
환자 특성별 질병 표현 2,400여 개 수록… 고령화 시대와 의료 격차에 대응하는 실용 언어자료
이 책은 노인, 여성, 아동·청소년, 성인 남성 등 환자의 생애주기 및 성별, 사회적 정체성에 따라 자주 나타나는 질환과 증상 표현을 2,400여 개의 어휘와 함께 정리한 전문사전으로, 의료인뿐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가 실제 상황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 의료언어 자료다.
이번 제4권은 단순한 의학 전문용어가 아니라, ‘사람의 언어’로서의 질병 표현, 즉 질병과 통증을 호소하고 돌봄을 요청하는 ‘삶의 말들’을 망라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특히 고령화와 성인지적 건강 문제, 청소년 정신건강 등 복합적인 의료 이슈가 부각되는 시대에 발맞춰, 사회적 배려와 문화적 감수성을 갖춘 의료소통 도구로 기능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이 책의 구성은 명사, 동사, 형용사, 속담류 등 다양한 어휘 범주를 아우르며, 각 어휘에는 정확한 정의와 일상생활 속 실용적 용례가 함께 제시되어 있다. 예컨대 “숨이 찬다”, “몸이 쑤신다”, “열이 펄펄 난다” 같은 흔한 표현부터, “이명”, “초경 불순”, “우울 발작”과 같은 질환명까지도 환자의 실제 표현 맥락에 맞게 정리되었다. 어휘의 사회문화적 맥락과 통용 방식까지 포함함으로써, 의료 현장에서의 오해를 줄이고 소통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의도가 녹아 있다.
저자는 “이 책은 단순한 어휘사전이 아니라, 질병을 둘러싼 삶의 언어를 총체적으로 재구성한 인문학적 작업”이라며, “질병의 경험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표현의 틀을 제시함으로써, 환자 중심의 의료 환경을 지원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한국어 질병 표현 어휘 사전』 시리즈는 총 5권으로 구성된 장기 기획으로, 제1권은 심장·위장·호흡기 질환 중심의 주요 사망원인 질병, 제2권은 감기, 두통, 우울증 등 일상성 질환 표현을 다루었고, 제3권은 한국인에게 흔한 전염병 언어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번 제4권은 연령·성별·사회적 특성별 질병 표현을 수록하였으며 제5권은 방언 속 질병 표현을 다룰 예정이다. 시리즈 전체는 한국 의료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질적 전환을 위한 실용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책은 의료 커뮤니케이션의 현장에서 간과되어 온 언어적 격차와 정서적 거리감을 줄이고 ‘한국어로 아픈 것을 말하고, 돌봄을 주고받는 일’의 기반을 만드는 도구로, 특히 의료전문가, 사회복지사, 간병인, 교육자, 언어연구자 등 다양한 분야의 실무자와 학자들에게 유용한 참고서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와 인문학의 접점을 찾고, 일상 속 언어로 질병을 사유하는 이 사전은 단지 ‘단어집’을 넘어서, “아픔을 말할 수 있게 돕는 언어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