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프랑스인이 써낸 ‘라캉사상’의 조감도.
이제는 “라캉이 어렵다”고 말하기보다,
정신분석이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이 책은 ‘라캉적 정신분석’을 통하여 라캉이 정신분석(‘라캉사상’)을 사유하는 조감도를 그려내고 있다. 투시도가 원근감으로 눈을 흐릿하게 한다면, 고공에서 내려다본 조감도는 그 아래에 있는 지형지물과 위치를 한눈에 들어오게 한다. 평이하게 보이는 우리의 감정이나 행동도 무의식적으로 드러날 때, 그 이면에서 어떠한 요소들이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그 배후에서 어떤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있는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한 인간의 심적기구를 상대로 소위 말하는 ‘증상’의 원인 - 마음의 병리적 상태 - 을 탐구하여 마음의 고통을 치유한다는 ‘정신분석’으로, 이 책은 라캉의 작업에 대한 ‘라캉적 정신분석’의 조감도를 그리고 있다.
정신분석 이론가이자 분석가인 뽈 아순은, 프로이트에 정통한 철학자로서 그가 규정한 ‘무의식’의 특성 - 그것은 묘사적이고 설명적이지만, 시간과 논리성이 배제된 정신의 영역이라는 점 - 에 대한 신뢰로 ‘외부현상’이 ‘심적현상’으로 대체된다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그가 프로이트의 이론을 이해하고 독해했던 것을 라캉 작업을 통하여 추적한 작지만 ‘커다란’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라캉의 후기까지 포함한, 라캉사상의 전체적인 해설이다. 대부분의 경우 복잡하고 난해하다는 이유로 라캉의 후기 사상을 자세히 다루지 않지만, 이 책은 그 부분까지 포함하고 있다. 또한 도식이나 도형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라캉이 사고한 과정을 시대 순으로 세밀하게 추척하면서 - 라캉의 고유한 개념인 시니피앙, 대상 a, 현실계, 그의 잠언 같은 선언적 문장들 (‘대타자의 대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의식은 언어의 구조처럼 구조화되어 있다’) - 그 변천사를 조명하고 다양한 측면으로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하여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중점을 어디에 두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말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라는 언어의 기능에 대한 천착을 시작으로 - 왜냐하면 자유연상은 ‘언어’라는 수단 이외에는 없기에 - 그 언어의 의미에 이르는 과정을 추적하면서 그 증상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정신분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라캉이 천착한 각각의 개념이 왜 나오게 되었으며, 어떠한 변천을 거치면서 우리 마음의 구조에 접근하는지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라캉에게 접근하려는 사람이나 이미 시작한 사람에게는 유용한 빛을 비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