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품으면 무게가 되고, 무게를 품으면 생명이 된다!
식물인간이 된 남편을 간호하며 살아가는 한 여성, 이미 두 번이나 아이를 잃은 그녀 앞에 어느 날 거대한 기업이 거액의 출산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건강하고 뛰어난 남성들의 정자를 선별하여 여성에게 제공하고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이 프로젝트는 또 하나의 생명을 얻고자 하는 절박한 기회로 다가온다.
정자의 주인은 밝혀지지 않는다. 소설의 후반부, 여자는 우연히 만난 시인과 대화하는 순간, 자신의 아이가 혹시 그의 혈육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 시인은 자신의 새 시집 『시인의 수명은 길지 않죠』가 곧 출간된다고 말하며, 그녀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혹시 자신이 받은 정자의 주인이 바로 이 시인은 아닐까, 여자의 막연한 추측은, 생명의 신비와 운명의 아이러니를 되새기게 만든다.
『시인의 수명은 길지 않죠』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인 ‘생명’에 대한 갈망과 이를 둘러싼 윤리적 고민, 모성의 깊은 심리와 현실적 고통을 섬세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출산을 사회적 시스템과 개인적 욕망이 교차하는 문제로 바라보며, 생명 탄생의 경이로움과 그 이면의 그림자를 함께 응시하게 한다. 명확한 답을 피한 채 열어 둔 결말은 오히려 더욱 강한 울림을 준다.
1. 출산율 세계 최하위, 초저출생 시대의 대한민국!
『시인의 수명은 길지 않죠』는 ‘아이를 낳을 권리’가 아닌, ‘아이를 낳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의 모순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출산율 저조 국가라는 냉혹한 통계 너머, 한 인간의 존재와 선택을 깊이 있게 묻는다.
2. 아이 낳는 것조차 선택이 아닌 생존이 되어버린 사회
주인공은 첫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남편이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후에는 두 번째 아이를 사산한다. 깊은 절망 속에서도 그녀는 다시 아이를 품기로 결심한다. 정자은행과 기업의 출산지원금에 의존해 새로운 생명을 가지려 하지만, 그것은 모성애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선택 아닌 선택이다.
3. 운명이 던진 질문, 그 대답은 생명으로 남는다
『시인의 수명은 길지 않죠』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장 개인적인 고통이 어떻게 가장 사회적인 문제와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통찰력 있는 작품이다. 아이를 갖는 일이 선택이 아닌 생존이 되는 시대, 그 끝에서 우리는 무엇을 꿈꾸고, 무엇을 감당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4. 숫자가 된 출산율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인간의 희망
이병천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생명의 탄생이 축복이 아닌 투쟁이 되어버린 시대, 그 안에서 여성들이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를 진지하게 묻고 싶었다”고 밝혔다.
《도서출판 바람꽃》 측은 “『시인의 수명은 길지 않죠』는 출산과 생명, 인간 존재의 모순을 사유하게 하는 중요한 작품”이라며 “초저출생과 인구 위기라는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내밀한 서사를 통해 독자적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 깊다”고 전했다.
내가 남편을 살해했다고?
세상에! 검은 백조라니, 말 자체도 어불성설이지만 그건 세상에 없는 새다. 그래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경우를 블랙스완이라고 부른다. 우리 부부에게 난데없이 검은 백조가 날아든 걸까?
자, 블랙스완은 이미 날아들었다. 쫓아낼 수도 없고 회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불길한 흉조 한 마리가 날아오는 순간 남편은 식물인간이 되어 침대라는 이상한 땅에 묶여버렸다.
세상의 동물들은 이따금 식물이나 돼버리자는 꿈을 꾸지는 않을까?
사자나 표범 정도는 아니고, 그렇다고 우는 토끼나 마못보다는 더 큰 초식동물 하나가 숲 가운데 서있다. 산양을 닮은 듯하고, 수사슴 같기도 하다. 하여튼 그냥 사슴이라고 해두자.
녀석은 몹시 지쳐있고 또 우울하게 보인다. 서있긴 해도 제 앞의 나뭇가지처럼 몸 전체가 힘없이 흔들린다. 그런 녀석이 자꾸 무겁게 땅으로 떨어지려는 고개를 겨우 지탱하면서 나무를 향해 하소연한다.
나랑 몸을 바꾸지 않을래요?
- 「시인의 수명은 길지 않죠」,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