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푸는 삶을 꿈꾸다
동화의 주된 배경은 코로나19 시기로, 소통보다는 단절과 경계심이 더 익숙했던 때였다(〈무사의 코로나 일기〉). 그러나 작가는 그 시기에도 어려운 처지의 사람과 노인들을 보살피는 마음 따뜻한 이들을 등장시킨다. 윤서 어머니는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행복한 피아노〉), 향기네 어머니는 떠돌이 개를 거두며, 사랑의 집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준다(〈무사의 코로나 일기〉). 이러한 온정은 피아노를 갖고 싶어 했던 윤서의 꿈을 이루게 해 준다.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베나”의 정신은 곧 아이들 마음도 움직인다. 박헤픈 할머니의 선행을 알게 된 손자 정우와(〈할머니의 비밀탐정〉), 동네 할머니께 음식을 나누는 엄마를 보고 자란 베나도(〈달나라로 간 토끼님〉)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한다.
세계 아이들의 꿈
작가는 윤서, 정우 같은 한국 아이들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 아이들의 꿈도 보여 준다. 가난하여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네팔의 초등학생 3학년 비셀이 마침내 자신이 동경하던 굿시크 선생님이 되어 고향에 돌아오고(〈요술거울나라 선생님〉), 왕따를 당하는 자신을 보듬어 준 교장 선생님을 따라 한국에서 가서 마침내 선생님이 된 유목민 바운이(〈게르 학교의 꿈〉) 그들이다.
꿈을 꿀 수 없는 아이들
이 책에는 아이들의 다양한 꿈이 나오지만, 그런 꿈조차 꾸지 못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다룬다. 〈아침의 별 에렌델〉에서 감동이는 예전에는 별 박사로 불렸으나 교통사고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낸 뒤로는 꿈이 없다. 또한 〈왕따 당한 예수님〉에 나오는 고아 남석이는 보육원 생활을 하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왕따를 당하며 예수님을 원망한다. 그러나 형과 형 친구들이 만든 마술로 에렌델 별로부터 온 부모님의 모습을 본 감동이와 교회 학교 선생님의 사랑과 배려를 받은 남석이는 그동안 부정해 왔던 꿈을 마음속에 다시 품으려 한다.
꿈은 아이들의 특권이다. 그러나 누구나 꿈을 꾸지는 않는다. 작가는 아이들이 꿈을 꾸게 하는 자양분은 바로 어른들한테서 나온다는 사실을 이야기로 보여 준다. 온정을 베푸는 어른들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남을 돕는 사람을 꿈꾸고, 꿈이 없는 아이들은 선생님 등 선한 어른들의 도움으로 꿈을 품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최고 희망직업이 유튜버인 이 시대에, 작가는 바로 우리 어른들이 함께 돕는 “베나”의 세상으로 아이들을 이끌자는 권유를 하고 있다. 작가의 바램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지만, 그 메시지는 하늘 어머니 성모님이 “은총의 벚꽃을 뿌려 주듯이” 아이들의 꿈을 영롱하게 빛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