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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가방 속의 비밀

빨간 가방 속의 비밀

  • 송창걸
  • |
  • 재남
  • |
  • 2025-05-01 출간
  • |
  • 352페이지
  • |
  • 152 X 225mm
  • |
  • ISBN 9791188083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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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좀 더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왕진하러 왔던 의사가 진료를 마치고 대문을 나서며, 며칠 새 운명하실 것 같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나는 그래도 간호사를 계속 보내달라고 정중히 머리를 숙이고 간절히 부탁했다. 그리고 열흘을 못 넘기고 아버지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돌아가셨다.

며칠 후 동네 의원에 인사차 들렀다가 간호사로부터,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일본에 징병당해 가서 지낼 때, 부대 앞 잡화점 집 딸하고 사귀었는데 그의 어머니한테서 식사대접도 받곤 했지. 참 마음씨 고운 분들이었어. 대동아전쟁이 끝나고 히로미를 만나지 못하고 귀국한 게 안타까워…” 하시면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그때까지 아버지로부터 일본에 징병 갔었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던 터라 “간호사님 고마웠습니다.” 한마디 남기고는 동네 의원을 황급히 나섰다.

그로부터 이 십 여년이 지나고 코로나로 집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아버지가 일본에서 사귀던 여자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리셨다는 동네 간호사의 이야기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버지는 일본 여자와 무슨 사연이 있어서 눈물을 흘리셨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가득 차곤 했다. 날이 갈수록 아버지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흘린 눈물은 일본 부대 앞 잡화점 집 딸과의 사랑을 못잊어하며 흘렸으리라는 확신이 섰다.

나는 아버지를 조선의 젊은 청년 주인공으로, 그리고 만날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 홀로 나의 아버지를 기다려온 부대 앞 잡화점 집의 딸을 일본의 젊은 여자 주인공으로 내세워, 두 분이 이루지 못했던 사랑이 오랜 세월의 장벽을 넘어 이루어지게 되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1972년 내가 일본에 연수차 반년 이상 체류하고 있을 때 일본 친구들 집에 놀러가 가족들의 친절한 대접을 받으며 자고 온 적도 많았고 동료 하숙인이나 동네 이웃들도 내게 친절했다. 그때 그분들의 친절함은 내 인생에 귀감이 되었고 지금 팔십 나이에도 친절에 대해 생각해보곤 한다.

나는 이 소설을 쓰면서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국경 없는 사랑과 휴머니즘이 이 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수많은 인연과 함께하며 살아온 날들에 대해 깊은 애정을 느낀다. 다시 오지 않을 청춘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안고 이 글을 마무리했다.

목차

1부

조선의 청년 김정수 가네다 마사키 … 010
조센징 병사는 받을 수 없어 … 022
히로미와 즐거웠던 시간도 기억해 주길 … 031
군 법정에 선 가네다 마사키 … 076
거친 숨소리는 세찬 비바람 소리에 묻히고 … 120
은반지를 마음에 담고 … 130
참 아름다워라 … 147
흰 쌀밥이라도 먹여 보내야 … 156
팔라우 섬 정박기지의 패잔병들 … 170
시라이시 히로미 없는 종마장 … 184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 … 195


2부

어머니 품에 돌아온 김정수 … 214
들이닥친 박광삼과 그 일당들 … 235
밀항선, 다시 만난 김정수 김윤선 … 253
김정수 대위 평양 입성, 어머니는 어디에 … 262
가정을 꾸리다 … 277
산부인과에서 흐느끼다 … 295
불행의 짙은 구름이 … 303
박광삼에게 다시 무너지는 김윤선 … 320
시라이시 히로미를 찾아서 …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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