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아픔을 지닌 이웃들의 보금자리, 복합문화공간 ‘소풍’
자신이 겪는 아픔이 크다 보면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동굴 속으로 들어가 나만의 아픔을 삭이느라 겨를이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조금만 고개 들어 타인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누구나 아픔이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아픔을 대신하거나 완전히 치유할 수는 없지만 곁에 있어 주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힘이 된다는 걸 알 수 있지요.
이 소설은 신경질환을 앓는 딸을 둔 친구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실제 사건이나 인물은 반영되지 않은 작가의 창작물입니다. 작가는 이 소설이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서로를 치유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길 바랐습니다.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춘하 시, 호숫가에 자리한 ‘소풍’은 다양한 예술 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치유와 희망을 전합니다. 양극성 정동장애를 앓고 있어서 조증과 우울증 상태를 오가는 현은 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일삼지만, 연재는 그런 현을 받아들이고, 그의 상처를 보듬어줍니다. 또한 싱글맘 혜진과 현의 한때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던 제하, 그리고 여러 이웃들.
그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복합문화공간 소풍을 찾아 모임을 갖고 소통하며 잠시나마 일상으로부터 휴식을 갖습니다.
함께 살아가며 서로를 치유하는 희망의 메시지
육아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아기 엄마들의 퀼트 모임이나 친구의 갑작스런 자살로 죄책감에 시달리는 현과 그의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던 제하, 남편의 외도로 죽을 만큼 괴로워한 연재, 상간녀로 낙인찍혔으나 싱글맘으로 아이를 위해 꿋꿋하게 살아가야만 하는 혜진 등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소풍이라는 공간에 모이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금씩 서로를 챙기며 살아갈 희망을 얻고 위로를 받습니다.
어느 날 미술 전시회를 통해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이 벌어지며 ‘소풍’은 거센 폭풍에 휩싸이지만, 연재는 이 일로 인해 과거 상처로부터 완전히 해방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현은 자기처럼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소풍’의 이야기는 상처받은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서로를 치유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자연과 예술이 주는 힐링의 힘
소설 속 공간인 호숫가에 세워진 복합문화공간 소풍에서 지치고 힘든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소모임들이 이뤄집니다. 퀼트, 기타, 요가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삶의 활력과 쉼표를 찍게 되지요. 또한 미술 전시회와 콘서트가 열리고 지역 축제가 되기도 합니다.
교양 베스트셀러 『다락방 미술관』, 『다락방 클래식』을 쓴 문하연 작가는 첫 번째 장편소설을 쓰면서 그동안 자신이 관심을 가져왔던 미술, 음악에 대한 교양 지식을 소설에 녹여내었습니다. 소설 곳곳에 아름다운 그림이 펼쳐지고 각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이 생생하게 들려오는 듯합니다. 공감각적 표현으로 풍성해진 소설은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또한 자연과 예술이 주는 힐링 효과를 주인공들뿐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느낄 수 있게 세심한 배려를 해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