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다르게 반짝이는 ‘가족’이라는 단어
<구슬아 구슬아>는 황선미 작가가 1995년 《아동문학 평론》에서 신인상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길에서 살던 고양이 구슬이와 가족이 된 소영이는 고양이의 본능을 알지 못해 당황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담을 훌쩍 넘어 다른 고양이와 어울려 다니는 것도, 쥐나 새를 사냥하는 것도 못마땅하기만 했습니다. 급기야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구슬이를 원망하기까지 했지요. 그러나 뒤늦게 자신이 놓쳤던 무언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가족이란 억지로 묶어 두어서도 안 되며, 하고 싶은 일들을 못 하게 해서도 안 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생명과 교감하며 한 뼘 자라는 마음을 조용히 비추는 작품입니다.
<어디 어디 숨었나>는 재개발 지역에 홀로 남은 아이가 옛집을 찾아온 한 할머니와 가족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유나는 모두가 떠나간 동네, 집이 무너지는 소리만 가득한 곳에서 일 나간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별안간 낯선 할머니가 집에 찾아왔습니다. 유나는 할머니가 이상하고 무서웠지만 이내 마음을 열고, 숨바꼭질 놀이를 하며 서로에게 다정한 가족이 되어 주지요. 모두가 떠났지만 혼자서도 꽃을 피우는 기특한 국화꽃처럼, 긴 기다림 속에서도 희망의 싹을 틔우는 아이의 단단한 마음을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
<마법의 방>은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가 새로운 가정에 입양된 후 겪는 감정 변화와 천천히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은 작품입니다. 은이는 새 가족에게 쉽사리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보육원의 물푸레나무만 그리워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은이의 방 벽화 속 나무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심지어 나무에서 카나리아가 태어났고, 은이의 어깨 위로 날아왔습니다. 부드럽게 속삭이는 나무, 마침내 창밖으로 날아오르는 카나리아와의 교감을 통해 외로움과 두려움을 딛고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는 아이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까치 우는 아침>은 확장되어 장편 동화 《푸른 개 장발》로 출간되기도 한 작품으로, 황선미 작가의 깊이 있는 작품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단편 동화입니다. 늙은 개 누렁이의 시선으로 집 떠난 가족을 기다리는 마음을 그리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고 할머니마저 간병을 위해 집을 비우자, 누렁이는 빈집을 홀로 지키게 되었습니다. 배고픔에 지쳐 집을 나서지만, 할아버지가 돌아왔을 때 자신을 찾을까 봐 지친 몸을 끌고 집에 돌아오게 되지요. 굳은 믿음과 사랑으로 가족을 기다리고, 기어이 서로를 지켜 내는 이야기가 담긴 감동적인 작품입니다.
황선미 작가가 새롭게 완성한 ‘가족’의 의미
《나쁜 어린이 표》와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독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온 황선미 작가는 이번 동화집에서도 아이처럼 섬세하고 맑은 시선으로 감동적인 이야기를 선사합니다. ‘가족’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모든 이의 마음을 오래도록 울릴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지요. 작가는 가족이 아닌 이들이 가족이 될 수 있고, 다른 종이 어울려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어리광 온도, 손잡아 줄 수 있는 넉넉한 온도, 맛난 걸 나누고 싶은 그리운 온도, 같이 있으니 참 좋다는 다정한 온도.’ 이런 마음의 온기가 있다면 누구든 가족이 될 수 있다고요.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하고, 여러 책을 쓰고 그린 이갑규 작가는 이 다정한 온도를 보다 더 따듯하고 포근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의 정서를 세밀하게 포착하고, 독자가 그림을 통해 더 큰 여운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지요.
서로가 내 가족이어서 좋고, 또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되어 기쁜 이야기들을 만나 보세요. 서로가 있어서 외로움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함께 새로운 희망을 품으며, 마침내 가족을 만나게 되는 마법 같은 이야기들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책 내용
《마법의 방》은 아이봄 출판사 고학년 시리즈 바라봄의 첫 동화책으로, 황선미 작가의 단편 동화 네 편을 묶은 동화집입니다. 3편은 예전에 발표된 적이 있는 단편이고, 〈어디 어디 숨었나〉는 이번에 처음 독자들을 만나는 단편입니다.
이 책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서로에게 스며들며 따듯한 마음으로 이어지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길에 살던 고양이와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애정 그 이상의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아이의 이야기. 재개발 지역에 홀로 남아 외롭고 불안한 아이에게 다가온 낯선 할머니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는 이야기. 보육원에서 입양된 아이가 낯선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마법의 방’을 발견하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되는 이야기. 집을 비운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다가 끝내는 다시 만나 함께 아침을 맞이하게 되는 어느 늙은 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지요. 서로 다른 존재가 가족이 되는 마법 같은 순간들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