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의 전환
익숙하게 자리한 것들로부터의 발굴적 모색
「학습본능 숲에서 놀다」는 우리 교육에 깊게 자리하고 있는, 하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교육의 근대성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시대적 필요에 의해 ‘교육’을 제도와 사회적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새로운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에 화두를 띄운다.
그는 우리나라 숲교육의 유래를 독일의 숲 유치원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다. 그것은 숲교육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피상에 편향된 선망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숲교육이 이론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외의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숲교육을 기존 이론으로 억지로 짜맞추려 하고 있다는 시도나 그 시도에 대해 선행조건을 부여하지 못했던 우리 숲교육의 현주소를 되돌아보아야 한다는 비판의 날을 세운 질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비판의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며 숲교육의 역사적, 사회적, 철학적, 심리학적 근거와 교육공간으로써의 숲을 다시 전환된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이렇게 저자가 거론하는 전환된 패러다임의 숲교육은 새로움으로 드러난다기보다 발굴됨의 근사치로 나타난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숲교육, 숲에서 학습본능이 발현되다
저자는 책에서 교육을 학습본능의 발현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잘 충족되는 공간이 바로 숲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이 저자가 가진 숲교육에 대한 정의이다.
숲교육에서는 교육을 인간이 본래적으로 가진 ‘가르치고 배우는 본성’의 자연스러운 발현으로 본다(p122). 이러한 숲교육에 대한 저자의 정의는 숲학교가 지녀야 하는 가치에까지 이어진다. 저자가 가진 교육적 신념이 투사되는 대목이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에게 학습은 인고의 결과이자 길고 캄캄한 여정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학습이 결과나 과정이 아니라 본능이라고 이 책은 주장한다. 정대현 교수는 이 책을 통해 학습본능을 증명한다. 그리고 학습본능은 놀이와 공동체라는 기제로 작동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학습본능이 전제된 숲교육에서 아이들의 일상은 곧 놀이이다. 그래서 교사나 부모는 아이들의 놀이를 단지 이해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일상은 생생히 살아있는 세계-내-존재로서의 세계이며, 어른들의 이념과 이론으로 구조화되고 일반화되기 전의 자연스러운 경험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일상은 주어진 것이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일상의 경험에서 자기 존재의 의미를 만들고, 그 의미로 형성된 세계와 상호작용한다. 이 의미는 고정된 규칙성이나 객관적인 기준으로는 알기 힘든 개인적이고 특수한 차원이다. 그래서 교사 등 어른들에게 아이들의 일상의 경험은 통제나 축적의 대상이 아닌 이해의 대상이다(p.225).
이와 같은 맥락에서 숲교육에서의 아이들 일상은 자기 존재와 자기 시간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자기 안에 타고난 생존 기제와 발달 기제를 찾는 것이라는 논지는 자기 존재를 찾지 못하는 지금의 교육에 대한 염려와 비판의 소리를 담고 있다.
관계맺기의 역동적 일상과
학습본능으로 귀결되는 숲교육의 실재적 의미
그동안의 교육이 전체 속의 존재를 이야기했다면 숲 교육에서는 존재 자체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존재가 타존재와 관계맺는 방식을 2부에서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숲교육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교육적 효과에 대한 담론만을 이야기할 뿐 교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막막함이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10여년 간 숲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이야기를 책의 형식을 빌려 이야기함으로써 막막함을 해결해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숲교육의 교육내용은 아이들의 역동적 일상이다. 따라서 지식에 대한 새롭고도 혁신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이러한 저자의 식견을 통해 아이들의 일상, 즉 교육을 낯설게 보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낯설게 보기’를 통해 현재 교육의 난제를 돌파하고자 한다. 또한 아이들의 활동은 교사가 세운 기준과 판단에 의해 평가되지 않으며,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공동체의 일원으로 그들의 놀이에 ‘참여’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참여는 관계함을 포함한다. 그리고 그러한 교사의 관계맺기에 대해 상황적 설명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교사의 관계맺기는 의례히 아이들과 교사의 관계를 수직적 상하관계로 여기는 우리를 실존적 맥락으로 설득하고 있다.
또 하나 괄목할 만한 점은 우리가 흔히 발달영역, 교육과정영역으로 간주하였던 것들을 ‘도구’라는 언어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것은 도달해야 하는 내용이나 목표 범주의 것이 아닌 관계맺기를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는 점은 수동적이고 선형적인 학습자상을 거부하고 본래 가지고 있는 학습본능을 관통하는 저자의 일관됨이다.
어쩌면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은 급격한 사고의 전환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다소 자극적이라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언컨대 지금 우리가 처해있고 우리에게 닥쳐올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다면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모든 순간들의 이해와 해석을 이후의 시간이 입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