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보다 느끼다 힐링하다
우리는 그림을 보면서 저마다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제각각의 마음의 떨림을 겪곤 한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엔 생동하는 봄의 환희에 빠지고 싶고, 힘들고 지친 하루를 보 낸 날에는 편안히 쉴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싶어 한다.
《내가 만난 1%의 그림과 대화》에는 내 마음의 여백을 채워줄 140편의 서양명화가 독자 여러 분의 내면 속으로 가닿고자 한다. 그 주된 양식은 마음의 무늬를 시시각각 다르게 표현 해낸 인상주의 그림이 주를 이루었고, 그밖에도 마음의 갈피를 제 마음 가는 대로 표현 해낸 추상주의 그림, 마음의 행로를 야생적으로 드러낸 표현주의 그림, 자연의 순수한 빛깔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서정풍경화, 일상의 고단함과 삶의 의미를 사실적으로 전하 는 사실주의 그림 등이 다채롭게 저만의 색과 형과 감성을 형상화해냈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마음의 여정을 찾아서
어느 날 문득, 사랑했던 사람이 그리워질 때면 내 마음의 여백엔 사랑의 아름다운 기 억과 이별의 쓸쓸함이 묻어난다. 아름다웠던 그날의 기억들은 책에서 모딜리아니와 뭉크, 크림트, 쇠라의 애틋한 시선으로 우리의 마음을 적신다.
사랑한다는 건 즐겁고 괴롭고 외롭고 쓸쓸한 오만 가지 인간의 감정과 마음의 진동이 숨 가쁘게 교차하는 한편의 드라마이다. 너무나 인간적인 사랑에 관한 그림들은 우리에 게 사랑한다는 의미의 끝없는 진폭을 확인케 해준다.
사랑하는 순간의 포근하고 따사로운 환희의 순간을 그린 그림(〈사랑의 봄〉피에르 오귀스트 콧 〈파라솔〉프란시스코 고야 〈카니발의 저녁〉앙리 루소, 〈꿈〉피카소)에서 사랑할 때의 고통을 담은 연인 의 아픈 순간(〈키스〉구스타프 크림트, 〈큰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른〉모딜리아니, 〈입맞춤〉에드바르트 뭉크), 그리고 사랑이 떠나간 뒤에 남은 자의 쓸쓸함이 묻어나는 순간(〈에덴 콘서트〉, 〈병자〉조르주 쇠라)까지 사랑은 저만의 느낌으로 우리를 그리움의 자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든다.
가끔은 평화롭고 조용한 삶의 여백과 쉼을 느끼고 싶을 때 책 속의 평화와 소요를 담은 아름다운 화폭에서 나만의 편안한 마음을 만끽해도 좋을 일이다. 우리의 기억에 남 을 평화와 고요의 순간들은 하얗게 눈 덮인 은빛 세상에서 어릴 적 즐거웠던 추억을 떠 올리기도 하고(〈첫 눈이 내린 겨울 풍경〉보리스 쿠스토디예프, 〈아이들과 새덫이 있는 겨울풍경〉피테르 브뤼헬),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와르주몽 아이들의 오후〉오귀스트 르누아르, 〈강변의 오후〉에밀 크라우스, 〈카네이션, 백합, 장미〉존 싱어 사전트) 속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느끼기도 한다. 때로는 너무 나 아름다운 풍광에 매혹되거나 뜻밖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일상의 경이로움(〈텔프트 정경〉얀 베르메르, 〈우산〉오귀스트 르누아르)에서도 평화와 소요의 조붓한 감정에 젖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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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기도하라
서양 인상주의 미술은 우리에게 인간 존재에 대한 짙은 빛과 그림자의 음영을 뚜렷이 드러내 보여주었다. 우리는 인상주의 그림이 보여주는 다양한 인상을 통해 인간 존재의 깊은 내면세계에 도달하게 된다. 바다(〈안개바다 위의 방랑자〉, 〈해변의 수도사〉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와 촛불(〈등불 아래서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라투르), 성당(〈마르셀 성당〉카미유 코로), 들녘 (〈만종〉프랑수아 밀레), 성서(〈성서가 있는 정물〉빈센트 반 고흐)는 화가들의 실존의 고뇌와 내면의 성찰을 표현하는 중요한 소재가 됐다.
또 하나의 서양 미술 양식인 사실주의 그림은 일상의 고단한 삶과 노동의 신성함, 그 리고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고단한 일상 의 모습(〈폴리 베르제르의 술집〉에두아르 마네, 〈마리아나〉존 밀레이, 〈세탁부〉오노레 도미에, 〈간이휴게소〉에 드워드 호퍼)을 통해, 대지에서 땀 흘리는 농부들의 노동(〈씨 뿌리는 사람〉프랑수아 밀레, 〈돌을 깨는 사람들〉구스타프 쿠르베, 〈이삭 줍는 여인〉프랑수아 밀레)을 통해 일하는 사람들의 수고와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