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시인도 아니고 전업 작가도 아니다. 그저 얕은 지식으로 교육학 강의와 연구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교육학도일 뿐이다. 그리고 ‘앎과 삶’을 화두로 언제나 마음졸이며 살아왔다.
나이 들어 직업 전선에서 물러난 지금, 내 삶의 절반은 미련과 회한으로 채워져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해서 작가나 기자가 되고 싶었다. 어쩌다 교육학과에 진학하여 공부에 열중하기보다는 친구들과 세상타령하면서 질풍노도의 청년기를 보냈다.
대학 3학년 때 마주친 갑작스런 아버지의 병환은 가족 모두를 힘들게 했으며, 당시의 암울한 시대적 상황과 겹치면서 더욱 더 방황과 고독으로 몰아갔다.
사랑과 절망, 두려움과 막연한 희망이 새겨진 대학 시절의 빛바랜 일기장에서 30여 편의 시들을 다시 읽는다.
세월이 흘러 서울을 떠나 10년 넘게 동탄에 살고 있다. 낯선 동탄에서의 생활은 친구와 지인이 없어 외롭고 무료할 때가 많지만, 신도시의 젊은이들과 아이들을 보면서 삶의 활력을 얻는다.
언제나 고독은 절망을 이겨낸다. 무엇보다도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국내외 소설과 시는 물론 철학, 심리학, 역사,경제학 등 여러 분야의 책들을 보며,아내와 둘이서 가까운 산야를 산책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작년 4월 평소 야무지고 건강하던 아내가 갑작스레 큰 수술을 하게 되어, 마음졸인 시간이 흐르면서 새삼스럽게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아내의 건강 회복을 위해 고창, 단양과 뉴욕에서 보낸 한 달여 시간은 사색과 반성의 선물과 함께, 이 문집 탄생의 계기가 되었다,
올 4월에 맞이하는 결혼 50주년에 나를 만나 편한 날 없이 살아온 아내에게 이 책을 드리고 싶다.
제1부 ‘사랑과 고뇌’에서는 대학 시절에 쓴 시를 담고, 제2부 ‘미네르바의 부엉이’에서는 대학 졸업 이후부터 최근까지 쓴 시와 수필을 묶었다.
나 자신에게 조용히 묻는다. 제대로 알고 바르게 사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이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탄요공원 벤치에 앉아 길을 묻는다. 서편에 노을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