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시인의 시들은 화가의 그림에 담긴 은밀한 뜻을 자신의 삶의 체험과 감각과 사유로써 건져 올리며, 이를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넓고 깊은 의미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이 초대에는 부드럽고 어떤 말하기 힘든 ‘우수’와 함께 ‘격조’가 스며 있다.
필자는 이 ‘그림-시’들의 수풀을 헤쳐가며, 이 시인이 그림의 ‘원석’에서 세심하게 가공해낸 시의 보석을 찾아낸다. 이 보석이란 곧 영혼의 정화 그것일 것이다. 이 ‘채굴’의 과정은 필자 자신의 경험이 함께 개입하는 독해 과정이기에 더 큰 가치를 느끼게 될 수도 된다. 다른 독자 분들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 대상 앞에서 한없이 겸허한 자세를 지키는 한 시인의 태도가 아니고서는 『안단테 자동차』에서 『미르테의 꽃, 슈만』을 거쳐 『푸른 누드, 앙리 마티스』에 이르는 그 긴 여정을 계속해 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무던한 지속과 그 속에서 거듭해서 살아나는 이 시인의 사람들을 생각하며, 필자는 몇 번이고 이 시집 속으로 돌아가 보고 싶은 영혼의 끌림에 빠져드는 것이다.
- 방민호(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