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현대 중국어 문법의 역사적 연구이다. 문법은 일반적으로 사론{詞論}(품사론)과 구론{句論}(문장론)으로 나눌 수 있다. 중국의 고대어와 현대어 문법을 비교해서 간략히 말하자면, 구론의 기본적인 규칙은 별 차이가 없으나, 사론의 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句에 관한 고금의 차이도, 그것이 처음부터 句 자체로 발생한 것은 적으며, 그 대부분이 각각 詞의 변질이 句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생긴 것이다. 그런 까닭에 현대중국어 문법의 역사적 연구를 할 때는 사론에 관한 사항에 중점을 두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책에서는 이와 같은 이유에서 형식적인 사론·구론의 구별은 그만두고, 이것을 제1부와 제2부로 나누었다. 제1부는 서론으로 역사적인 입장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순수하게 현대어 문법의 개요를 서술했다. 여기에서는 구론에 중점을 두고 사론은 종{從}이 되고 있다. 이는 사론을 중심으로 하는 제2부와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제2부는 본론에 해당하며 역사적인 입장에서 현대어 문법을 고찰한 것이다. 2부에서 사론을 주로 하고 구론을 종으로 했다. 즉, 구론 중에서 사론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것은 가능한 구론에서 설명하기로 하고, 포함하기 어려울 경우에만 별도로 독립시켰다. 또한 구론 중에서 고금을 통해 변화가 없는 부분은 생략했기 때문에, 얼핏 보면 구론이 빈약하게 보인다. 그러나 역사적인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거의 빠뜨리지 않도록 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현대어 문법을 역사적인 입장에서 설명한 것이기 때문에, 현대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고대어만의 문제에 대해서는 대부분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이 책이 고대어와 현대어를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현대어를 설명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어떤 부분은 여러 차례 원고를 고쳤으나, 여전히 고찰이 부족하며, 앞으로도 검토해야 할 것이 많다. 게다가 기술하는 방법도 미숙해서 너무 간략화하고, 마음을 다하지 못한 부분도 많아 여전히 미정고, 혹은 초고라 부를 수밖에 없다. 이것을 오늘 감히 출판하는 것은, 참으로 포전인옥{抛磚引玉}의 작은 뜻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필자 자신으로도 이 책의 개정증보는 필생의 과업으로서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 여러분들의 많은 질책과 조언을 간절히 부탁드린다.
_[들어가며] 중에서
이 책은 중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저술한 중국어법 연구서이다. 저자는 외국인에도 불구하고 고대와 현대의 중국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현대중국어 어법의 전반적인 부분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아울러 연구의 깊이도 상당하여 나름대로 중국어법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훌륭한 지침서가 되고 있다.
이 책을 번역한 종묵 스님은 이 분야에 대해 오랜 기간 동안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신 분이다. 일찍이 일본의 교토로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불교학을 연구하는 한편, 한자로 기록된 불교 문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써 중국어법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한 바가 있다. 후에 귀국하여 해인사에서 강주{講主}로 주석하시면서 그동안 연구한 바를 후배 스님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상당 기간 동안 하셨다. 그러다가 뜻한 바가 있어 중국 베이징으로 가서 다시 중국어법을 계속 연구하신 분이다.
그러한 스님께서 이 책을 번역하여 상재{上梓}하게 됨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은 분량도 상당히 많은 편에 속한다. 그런데도 세납{歲納}이 칠십 중반을 넘어선 스님께서 노구에도 불구하고 그 힘든 번역 작업에 몰두하시어 완성을 보셨으니 그간의 노고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우리라 생각된다. 같은 학계에 몸담고 있는 후학으로서 종묵 스님의 열정에 실로 고마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부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중국어학에 대해 안계{眼界}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_[추천의 글 - 이규갑(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