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그 경이로운 초자연의 세계
시단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기타와 바게트』(문학수첩, 2020)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리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리호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첫 번째 시집에 이어서 본격적으로 마법의 세계를 탐구하고 있는데, 마법의 아우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그런지 신기하게도 한 편 한 편의 작품들이 모두 신비로운 정취를 자아내서 지루할 틈이 없다. 시편들이 모두 평범하거나 상식적인 발상과 전개를 거부하기에 어떤 작품을 읽더라도 놀라움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러한 작품들의 경이로움은 일상을 마법으로 만들려는 시도, 혹은 마법 자체를 일상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시인의 작시술의 원천에서 우러나는 듯싶다. 시인은 일상의 자잘한 사건들과 사유에 몽상과 환상의 힘을 발휘하여 뜻밖의 놀라운 상황과 요소들을 결합함으로써 진부한 일상에 경이로움을 산출한다.
사실 신화의 눈으로 보면 모든 현실이 마법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겨울이 되어 눈이 내리는 현상, 그리고 봄이 되어 천지에 꽃들이 만발하는 현상 등은 어떤 숨어 있는 놀라운 힘의 발현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갑자기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사랑에 빠지는 사건이라든가 그 사랑의 결실로 인해서 자신을 닮은 아이가 태어나는 현상 등은 모두 경이로운 과정의 연속이며, 어떤 숨겨진 힘의 작동이 아닐 수 없다. 이 세상이 로고스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인류의 역사가 엄청난 시간 동안 뮈토스의 지배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리호가 추구하는 마법의 세계라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리호 시인이 2025년 전의 자신의 존재를 상정하거나 지구별과 은하적 세계의 차원을 도입하는 등의 시적 발상을 보이는 것은 시인의 시적 충동이 어떤 근원적인 세계와 닿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 시집에는 몽상가라든가 꿈과 해몽, 그리고 마법사라든가 마녀, 주술이라든가 주술사 등의 어휘들이 바둑돌처럼 곳곳에 박혀 있는데, 이러한 요소들이 시집 전체를 신비스러운 분위기로 이끌어간다. 그런데 이러한 용어들보다는 오히려 현실을 마법화하려는 다양한 시적 전략들이 더욱 주목되는데, 그것은 현실의 해체와 새로운 현실의 구축이라는 변신과 변형의 기제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장에서는 먼저 리호 시인이 활용하고 있는 진부한 현실의 마법화 전략에 대해 알아볼 것인데, 그 전에 시인이 생각하는 시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가 있어서 잠깐 살펴보자.
이러한 마법의 세계에 살고 있으면서도 현대인들은 자신들이 마법 세계의 시민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며 살아간다. 시인은 이 세상을 마법으로 통하는 관문이라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신비한 곳으로 간주하고 수시로 그 통로를 발견하기 위해서 탐색한다. 그것은 때로는 꿈이기도 하고, 몽상이기도 하며, 계절의 변화라든가 자연의 신비, 혹은 미각과 같은 감각의 미묘한 국면이기도 하고 감정의 절묘한 지점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시에서 문제 삼고 있는 네일아트라는 한 편의 예술일 수도 있으며, 핸드폰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마법의 통로는 시인이 구축하는 한 편 한 편의 시 작품일 것이다. 그 속에서 시인은 무한한 시간과 공간을 마법의 빗자루를 타고서 날아다니며 모험과 몽상을 경험한다. 핸드폰과 같은 현대적 도구가 체현하는 가상 세계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듯이, 이러한 모험과 도전, 그리고 상상의 여행은 시인을 영원한 젊음과 청춘에 머물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