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의 특징 ◆
오래된 재봉틀이 새로운 활력을 찾다
어느 날 초등학교 4학년 미수는 집 창고에 있는 재봉틀만 믿고, 연극 발표회에 있을 무대 의상을 자신이 맡겠다고 장담을 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재봉틀이 누구 거냐고 묻는다. 재봉틀이 있다는 것이 옷 수선을 잘하고, 옷도 만들 수 있다고 미수는 믿은 것이다. 엄마와 할머니는 대답을 머뭇거린다. 할머니 은실에겐 재봉틀은 고된 노동의 상징일 뿐이다. 힘겹게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재봉질을 해야만 했다. 청계천 다락방 같은 곳에서 배워서 혼자 딸을 키우기 위해 해야 했던 재봉질이었다. 손 마디에 박힌 혹 같은 것이다. 그런 오래된 재봉틀로 손녀딸의 연극 무대 의상을 할머니는 하나씩 만들게 된다. 손녀딸의 부탁을 할머니 은실은 거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한 재봉질은 예전 힘겨운 노동이 아니라 재밌는 일이 되었다.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드레스도 만들고, 인어 공주 옷도 만들게 되면서 할머니는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일로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준다는 것이 할머니로서는 보람을 느끼게 된 것일 테다. 그리고 손녀딸은 그런 할머니를 향해, 디자이너라고 말한다. 손녀딸 미수의 친구들도 할머니에게 환호성을 지른다. 그래서 다시 잡은 재봉틀로 할머니는 조각 이불도 만들고, 조각보도 만들게 되고, 조그만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남들을 위해 쓰게 되고, 그걸 통해 돈도 벌면서 할머니는 비로소 일하는 즐거움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오래된 재봉틀이 할머니의 삶을 더욱 보람차고 즐거운 인생으로 바꾸고 있다.
오래된 재봉틀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다
할머니 은실은 시골에서 힘겹게 살다가 아는 언니를 따라 서울 청계천에 올라왔다. 중학교도 다니지 못했던 은실은 청계천에서 밑바닥부터 일하며 재봉질을 배우게 되고, 그걸로 혼자 딸까지 훌륭하게 키워 냈다. 할머니 은실이 청계천 다락방 같은 곳에서 하루 15시간씩 일할 때, 청계천에서 그렇게 옷을 만들고, 봉제를 하는 사람들의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알리며, 가장 기본적인 근로기준법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전태일 열사다. 은실이는 전태일 열사가 그렇게 열악하고 힘겨운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던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 본 사람이다. 그렇지만 당시 먹고 사는 것에 바빠서 외면하기도 했다.
할머니 은실의 딸, 미수의 엄마 김나희는 어려워진 가정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홈쇼핑 콜센터에 근무를 시작했다. 감정 노동인 콜센터에서의 근무는 힘겨웠고, 심지어 화장실 갈 때마다 ‘오줌인형’이라는 것을 눈치를 보며 책상 위에 올려 두어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급성 신우염으로 병원에 갔다가 다시 복귀한 미수 엄마는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 조금은 더 인간 답게 일하고 싶다는 것이다. 예전 전태일 열사가 했던 것처럼 앞장 서서 바른 말을 하는 딸의 모습을 보며, 할머니 은실은 예전에는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자신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며 딸과 함께 1인 시위에 나선다. 그렇게 오래된 재봉틀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오래된 재봉틀이 하나씩 미래를 바꾸다
주인공 미수는 용감하게 불합리한 일에 맞섰던 엄마와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일까? 미수는 학교에서 청소 아줌마가 환기도 안 되는 계단 밑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보고, 학급 회의에서 손을 들고 말한다. “우리 학교를 위해 애쓰는 청소 아줌마가 꼭 그런 곳에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는 청소 아줌마를 위한 새로운 쉼터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박또박 말하는 미수의 모습에서 미래가 더 밝아질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때 대한민국의 산업을 이끈 원동력이었던 재봉틀은 이제는 창고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지만, 그 오래된 재봉틀에서 시작된 것들은 현재를 돕고 미래를 바꾸고 있다. 할머니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노동은 즐길 수 있는 일거리가 되었고, 전태일 열사처럼 열악한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 앞장 서게 만들었으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아이들이 주변을 돌아보고,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하게 만들고 있다. 아마도 『할머니의 고물 재봉틀』을 읽은 어린이들은 열심히 일하며 사는 이들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미래도 밝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주요 내용 ◆
발코니 창고에 처박혀 있던 고물 재봉틀. 미수는 그 재봉틀만 믿고, 발표회 연극에 쓰일 무대 의상을 자신이 맡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집에 온 미수가 꺼낸 얘기에 엄마는 화를 내고, 할머니는 난처해한다.
결국 재봉틀을 꺼내 온 할머니는 오래전 재봉틀을 쓰던 청계천 여공 시절의 이야기를 미수에게 들려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