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첫 번째 위기, 가족과의 갈등 앞에 선 어린이의 초상
‘이 세상에서 내가 사라진다면…….’ 어린이도 이런 마음과 맞서 싸워야 할 때가 있다.
주인공 4학년 ‘은하’는 새 아빠가 생길지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 받아 집을 뛰쳐나왔다. 그때 타고 있던 엘리베이터가 굉음을 내며 멈춘다. ‘엄마는 새 가족이 필요해. 그래서 엘리베이터가 나를 꿀꺽 집어삼켰나?’
첫 장의 서스펜스는 은하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사랑하는 가족과 거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어린이라면 누구나 은하의 SOS에 쫑긋해질 것이다. 이 작품은 특히 한 부모 가정 어린이의 마음속 돌풍을 따라가며 “가족의 모양이 달라져도 나 자신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나를 생각하는 가족의 마음 역시 그대로”(작가 인터뷰)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 김화요는 교사 시절에 만난 어린이 한 사람 한 사람이 “각각 다른 장르의 이야기”였다고 말한다. 어른 못지않게 복잡하고 아리송한 어린이 마음의 지층이 그려 온 그가 이제는 엘리베이터 세상을 통해 ‘기억의 지층’까지도 탐험하려 한다. 이 작품에서만큼은 ‘최악의 하루였다’로 시작해도, ‘최고의 기억이었다’로 끝맺는 이야기를 선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출판사 블로그(https://blog.naver.com/totobook9/223786038778)를 통해 작가의 작업 후기 인터뷰를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배배 꼬였거나, 구조 신호를 울리는…… 마음이 보이고 들리는 엘리베이터 세상
비상벨을 누르자 진주색 슈트 차림에 빨간 운동화를 신은 ‘리리’가 나타난다. 영어 학원 원어민 선생님처럼 이국적인 외모의 여성인데, 은하는 리리가 이상스레 친근하다. 문밖을 나서니 수많은 엘리베이터가 숲을 이루고 있다. 거기에는 과자를 만드는 곳이라면 동화책 속까지라도 데려다주는 ‘과자 엘리베이터’, 가슴에 돌멩이가 박힌 듯 아플 때 치유의 힘을 주는 ‘음악 엘리베이터’, 버려진 인형들이 옛 친구를 기다리는 ‘인형 엘리베이터’도 있다. 과연 ‘기억 엘리베이터’로 땅속 깊이 내려간 은하는 어떤 기억을 발견할까? 은하를 기억 엘리베이터로 이끈 리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후죽순 솟아 있는 엘리베이터들은 저마다 욕망, 위로, 그리움 같은 정서를 연상시키면서, 배배 꼬이거나 세이렌을 울려 대며 정글 같은 생명력을 뿜는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일러스트레이터 김수영은 역동적인 구도 속에 살아 숨 쉬는 엘리베이터 세상을 펼쳐 보인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는 물론이요, 서스펜스-판타지-감동으로 이어지는 드라마 줄기에 따라 증폭되는 주인공 어린이의 표정까지 예리하게 캐치해 독자를 몰입시킨다.
“나를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데려다준 행복의 책” 어린이 서평단 추천사 수록!
출간 전 초등학교 2~6학년에 재학 중인 어린이 50명이 먼저 읽고 빠짐없이 추천사를 보내 주었다는 점에 주목해 보자. “우리 애는 장난꾸러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 우는 건 처음 봐서 깜짝 놀랐다.”거나, “아이가 나도 이렇게 감동적인 이야기를 써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더라.” 같은 학부모들의 전언이 먼저 편집부를 술렁이게 했다.
이와 함께 속속 도착한 어린이 서평들은 흥미로운 교집합을 보여 주었다. 독서 후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고백이 녹아 있었던 것이다. 가족의 위기를 논하는 것이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시대에도, 온 가족이 함께 읽고 이야기꽃을 피울 만한 잊지 못할 ‘가족 동화’가 탄생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어린이 서평 50편은 권말에 수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