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눈동자』 출간 40년…
김성종이 한국 현대사의 뇌관을 다시 건드렸다!
계엄령이라는 단어가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계엄령 발언 이후 일부 보수단체는 계엄령 선포만이 답이라며 오늘도 광화문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리 국민은 여전히 계엄의 악몽을 기억한다. 집회나 시위는 꿈도 못 꾸고, 말 한 마디 마음 놓고 못하며, 대학 정문 앞에는 총을 든 군인들이 서 있었다. 또한 영장도 없이 언제든 연행되고 구속될 수 있었던 그때 그 시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죽었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가슴속 깊은 곳까지 전달하며 재미와 감동을 놓치지 않는 대한민국 대표 작가 김성종. 역사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수백만 독자와 함께 해온 그가 이번엔 계엄령을 배경으로 한 소설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여명의 눈동자』 출간 40년 만이다. 『여명의 눈동자』는 유신 정권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 1977년에 10권으로 출간되어 1990년대 초 36부작으로 드라마로 제작돼 최고 시청률 58.4%를 기록하는 등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김성종은 소설을 통해 일제강점기로부터 한국전쟁까지 현대사를 다뤘으며, 제주 4·3 사건, 위안부 등 당시로선 금기시되던 이야기들까지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상상도 못 했던 일들로 가득한 대한민국의 오늘,
한국 추리문학의 대부가 써내려간 ‘계엄령’의 밤!
『계엄령의 밤』은 1950년 한국전쟁에서 1980년 군부독재로 이어지는 30년에 걸친 이야기다. 전쟁 이후 죄 없는 양민들이 빨갱이로 몰려 학살당했던 보도연맹사건과 1980년대 계엄 치하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대통령 암살 기도 사건을 맞물려 그리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을 수밖에 없었던 인간 군상을 담아냈다.
김성종 작가는 “생각하기도 싫은, 너무 오래되어 곰팡이까지 낀 그것을 햇볕에 꺼내는 일이 지금까지 너무도 부족했음을 절감했고, 그래서 이번 작품을 집필하게 되었다”며 “계엄하의 그 살벌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절망적인 몸부림과 저항을 그린 작품이 별로 없는 한국 문학에 이 작품이 조그만 불씨가 되어 이제라도 계속 말썽을 피우는 작품들이 쏟아지길 바란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그때 그 시절, 수많은 사람들은 계엄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다. 수십년에 걸친 민주화 과정을 통해 이제 우리나라에 다시는 계엄령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2024년 12월 3일 한밤중의 계엄령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를 다룬 이 소설의 감성이 비록 2천년대를 살아가는 현대의 독자들에게는 조금 낯선 부분도 있겠지만, 50여 년 전 공포와 억압의 계엄령 아래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마음을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다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