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 발간사
박종현아동문학전집을 발간하며
등산等山 박종현朴鍾炫 선생이 타계한 지도 어느새 5년이흘렀습니다.
웃음 띤 얼굴로 ‘귀하’를 말머리 삼아 대화를 풀어 나가던
선생의 온후한 모습이 새삼 그리워집니다.
선생은 일찍이 아동문학 전문지 ≪아동문예≫를 창간하여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 아동문학의 지형도를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오늘날까지도 결호 없이 속간되면서 한국 아동
문학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아동문예≫의 위상과 업적을
감안할 때, 선생의 선각자적인 업적은 우리 아동문학계의
축복이자 자랑스러운 유산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선생은 선구적인 아동도서 출판인이기에 앞서,
어린이 사랑이 지극했던 교육자요, 또한 열정적인 아동문학
인이었습니다. 한때 초등 교육 현장에서 어린이들을 직접
가르치기도 했던 선생은 일찍이 참교육의 바탕은 인성 교육에
있음을 인식하고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아동문학 작품 창작에 많은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선생은 생전에 동시집 8권, 동화시집 7권, 동화집
4권, 환상 동화집 5권, 기행 문집 1권 등 모두 25권의 작품집을
펴냈습니다.
어린이 사랑이 넘쳐 나는 모든 작품이 깊은 감동을 주고
있지만, 특히 ‘동화시’와 ‘환상 동화’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일련의 환상 작품 시리즈는 그 특이하고도 개성적인 작품
세계로 말미암아 독자들의 주목을 끌기도 하였습니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초지를 잃지 않고, 평생 아동도서
출판과 아동문학 작품 창작이라는 험로를 견지하면서, 오로
지 이 땅 어린이들의 행복과 건전한 성장만을 염원해 왔던
선생의 삶이 새삼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선생의 숭고한 뜻이 주위 모든 분의 심금에 와닿고, 아울러
이를 계기로 선생과 선생을 흠모하는 많은 분이 염원하는
어린이 사랑이 한층 더 깊어지기를 바라면서 이 전집을 간행
합니다.
삼가 선생의 명복을 빕니다.
2025년 3월 14일
박종현아동문학전집편찬위원회
“그날은 비가 내리고 있었네.”
이렇게 시작되는 『그날 소록도에 내린비가 오늘 아침 우리 집 마당에 내리고 있네』란 산문시는 박종현씨 시 중에도 사람을 끌어당겨 무겁게 가라앉혀준다.
가라앉은 마음속에서 더 큰 움직임과 솟아오르는 마음, 설움 속에서 얻어지는 설움을 넘어서는 힘, 이런 것들이 이분의 시에서 얻어지는 귀한 선물임을 나는 믿고 있다.
-이원수(아동문학가)
그의 시의 목소리는 큰 산의 품 안처럼 다채롭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커다람 침묵의 그림자를 거느리고 있다. 그의 시는 무등산의 살결을 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종현 시인이여, 무등산처럼 넉넉하여라. 빛나라
-김요선(시인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