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날개를 펼치는 즐거운 나날
자연과 함께 오늘도 자라고 있습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에 살고 있는 아이는 해가 뜨면 반려견 까망이와 함께 온 동네를 뛰어다닙니다. 아이는 하늘을 오르내리는 비둘기들의 반짝이는 날개를 보며 바람처럼 하늘을 나는 자기 모습을 상상하고, 마당에서 열매를 쪼아먹는 새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길고양이에게 쫓기진 않는지 걱정하지요. “킁킁 냄새를 맡으며 모두와 인사”하는 까망이와 즐겁게 온 동네를 다니다 보면 어느새 산 주위의 크고 작은 생명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부스스한 엄마 너구리와 아기 너구리를 보며 혹시 다른 동물들과 다투었을까 걱정하기도 하고, 친구와 가끔 싸우고 화해하는 자신을 대입하며 “다 같이 배부르게 먹고 뒹굴뒹굴하면 좋겠”다고 바라지요. 모습은 다를지라도 모두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는 다정한 시선은 여러 생명이 공존하는 자연에서 체득한 마음씨입니다. 모습이 달라도 가르지 않고 온 생명을 품어 주는 자연처럼 『산을 날다』의 아이는 오늘도 넉넉하고 빛나는 마음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기쿠치 치키가 그린
온전한 기쁨, 완벽한 하루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그림책 비엔날레인 BIB(브라티슬라바 그림책 비엔날레)에서 황금사과상, 황금패상을 수상한 기쿠치 치키는 과감한 붓 터치, 다채로운 색감으로 고유한 개성을 인정받은 작가입니다. 『산을 날다』에서는 특유의 역동적인 붓 터치와 봄빛을 닮은 색으로 자연의 넘실거리는 생명력을 오롯이 그려냈습니다. 리드미컬한 붓 터치로 표현한 하늘을 힘차게 날아오르는 비둘기, 까마귀에게 쫓기는 솔개, 까망이에게 이끌려 온 동네를 뛰노는 아이의 모습 등은 마치 당장이라도 그림책 밖으로 나올 것만 같습니다. 세상을 밝게 비추는 해님의 노란빛,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에만 볼 수 있는 봄의 초록과 분홍, 커다란 산을 포근하게 감싸는 해 질 무렵의 노을까지…. 그림책을 넘길 때마다, 자연을 닮은 찬란한 색감에 온전히 물드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먹으로만 표현된 장면과 채색된 장면이 번갈아 배치되어 색이 주는 감동을 더욱 깊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가족과 함께 산 주위에 살고 있는 작가는 자연 가까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온전한 기쁨을 『산을 날다』에 담았습니다. 작은 생명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온 동네를 뛰노는 아이를 따라가다 보면, 해님이 이끌어 주고 바람이 등을 밀어 주는 아이의 하루야말로 부족할 것 없이 완벽한 하루라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연과 떨어져 살아갈 수 없는
우리 모두를 위한 그림책
『산을 날다』는 날마다 자라고 있는 아이뿐 아니라 자연과 떨어져 살아갈 수 없는 우리 모두를 위한 그림책입니다. 자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이와 생명력, 끝없이 펼쳐지는 너른 하늘처럼 넉넉한 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누구라도 이 그림책을 펼치는 순간, 온 생명을 안아 주는 다정하고 무구한 시선을 경험할 것입니다. 이 시선은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해주어, 그림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치 산을 넘나드는 새처럼 부드럽게 하늘 위로 두둥실 날아오르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그림책을 덮고 나면, 차별 없이 자리를 내어 주는 자연처럼 어쩐지 주위 생명을 향해 다정한 인사를 건네고 싶은 마음이 들 것입니다. 우리 모두를 여전히 품어주고 있는 자연처럼 오랫동안 보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산을 날다』에 담겨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