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를 발휘해 침몰하는 배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남은 소년 이야기
미국 소년 조지는 여동생과 함께 영국에 사는 고모네 놀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세계 최고의 배 타이타닉호를 탄다. 조지 일행은 배 안에서도 가장 고급스러운 일등실에 하인과 함께 묵는다. 조지는 호기심이 많아 배 안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지고 돌아다니다가 삼등실에 탄 이탈리아 사람 마르코 씨와 그의 아들 엔조를 사귀고, 타이타닉호를 설계한 앤드루스 씨도 만난다.
조지는 배에 이집트 공주의 미라가 실려 있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 화물칸에 몰래 숨어 들어갔다가, 천둥번개가 치는 것 같은 엄청난 소리를 듣는다. 배가 빙산에 부딪힌 것이다! 배가 기울기 시작하자 조지는 앤드루스 씨에게 들었던 비상 사다리의 위치를 침착하게 기억해 내, 고모와 여동생, 그리고 마르코 씨와 엔조 부자를 갑판으로 이끈다. 다들 가까스로 구명보트에 탔지만 남자인 마르코 씨와 조지는 배에 남겨진다. 두 사람은 배가 침몰하기 직전 얼음 바다 속으로 뛰어드는데, 마르코 씨의 헌신과 조지의 용기로 위기의 순간에 구조된다.
2시간 40분의 침몰 과정에서 보여 주는 섬세하면서도 감동적인 드라마
이 책은 말썽꾸러기지만 엄마를 잃은 뒤 조금 의기소침해진 아이가 재난을 겪으면서 내면에 숨겨졌던 강인한 정신력을 발휘해 성장해 가는 모습을 담았다. 숨 막히는 생사의 기로 속에서 마르코 씨와 나이와 국적을 뛰어넘은 우정을 나누고, 아내를 잃은 상처를 내색하지 않던 아빠에게 사고 때문에 입은 트라우마를 꺼내놓고 마침내 서로의 속내를 나누며 치유해 가는 모습은 가슴 뭉클하다.
무엇보다 손에 땀을 쥐고 읽게 하는 힘은 짜임새 있는 구성에서 비롯되었다. 저자는 짧은 사건 안에 여러 문학적 장치를 두었는데, 그 중에서도 조지가 화물칸에 숨어 들어가 미라가 실렸다는 상자를 연 순간 타이타닉호가 빙산과 충돌하는 설정은 배의 침몰이 미라의 저주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불러일으켜 읽는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저자는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부딪혔을 때 사람들 대부분이 ‘설마 이 큰 배가 가라앉겠어!’라고 생각하고 구명조끼를 입으려 하지 않는다거나, 심지어 갑판을 뒤덮은 빙산의 얼음 조각을 던지며 노는 장면을 보여 주고, 물에 빠진 어린 조지를 구명보트가 기울까 봐 타지 못하게 한사코 저지하는 이기적인 어른들을 보여 줌으로써 재난의 비극이 시작되기 전과 후의 상황을 냉정할 만큼 대비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런 장면은 읽는 이로 하여금 절로 한탄과 슬픔을 느끼게 한다.
해상 교통이 잦은 우리나라에 주는 타이타닉호의 교훈
타이타닉호의 침몰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끔찍한 사고였다. 그도 그럴 것이 타이타닉호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궁전’으로 불릴 만큼 화려했고, 건물 11층 높이에 약 260미터 길이를 자랑하는 엄청난 규모였으며, 당시의 첨단 기술로 건조된 안전한 배였다. 하지만 첫 항해 때 빙산과 충돌하여 2시간 40분 만에 속절없이 침몰하고 말았다. 원인은 기술적 결함보다 안전 불감증에 있었다. 빙산이 떠다닌다는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최고 속도로 달렸고, 호화 여객선인데도 구명보트는 승객과 승무원을 모두 태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승선 인원 약 2,230명 중 1,500명 이상이 사망한 이 사고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선박 사고로 역사에 기록되었고, 이 사고 이후에야 안전한 항해를 위한 세계적인 노력이 구체화되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해상 교통의 역할이 무척 중요한 나라이다. 하지만 선박 사고가 끊이지 않다 보니, 그 원인이 100여 년 전의 타이타닉호 침몰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아이들조차 잘 알게 되었다. 책 말미에 실린 ‘한눈에 보는 재난 이야기’에서는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국제적인 대책을 싣는 한편,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창경호, 남영호, 서해훼리호, 세월호 등 대형 선박 사고를 살펴보고 반복되는 선박 사고의 원인을 짚어 본다. 더불어 선박 사고가 일어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