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글쓰기 도구로 등장한
2023년 1학기부터 약 2년간의 글쓰기 수업을 기록하며
글쓰기 수업의 패러다임을 성찰하다”
자본주의적 관계 안에서 ‘좋은 책’이 어떻게 왜곡되는지 그 과정을 추적한 『속물교양의 탄생』, 해방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 ‘청년’들의 ‘책 읽기’에 주목한 독서문화사를 기록한 『살아남지 못한 자들의 책 읽기』 등의 저서를 통해 독서문화와 교양, 근대문학(화)에 천착해온 파워 라이터(power writer) 박숙자 교수의 신간 『쓰기 교양』이 출간되었다. 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교수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생성형 AI가 글쓰기 도구로 등장한 2023년 1학기부터 약 2년간의 글쓰기 수업을 꼼꼼히 기록하며 글쓰기 수업의 패러다임을 성찰해왔으며, 그 성찰의 과정과 결과를 책 전반에 촘촘히 새겨놓았다.
“누가 쓰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어떻게 읽을 것인가?” “어떻게 쓰는가?” “누가, 어떻게 쓰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는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술, (비)인간과 인간 간의 관계를 성찰하며 공유와 혁신, 개방과 협력을 촉진하는 쓰기 방식으로 AI 시대의 글쓰기가 나아가야 하며, 인간과 기술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사유 방식으로는 AI 시대에 새로운 읽기와 쓰기의 길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디지털 AI 기술이 급속하게 퍼지면서 인지 자본의 포획, 공적 언어의 사적 전용, 확증 편향의 확산 등 여러 사회적 문제가 초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언어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지금 이 사회에 더 나은 언어와 글쓰기에 관한 성찰이 필요한 까닭에 저자는 이러한 문제에 집중하며 논의의 한복판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책의 서론인 1부를 지나 2부 「누가 쓰는가」에서는 디지털 정보가 압도하는 세계에서 개인의 경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한 삶의 원리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또한 건강한 쓰기 주체로서 나와 타인이 발 딛고 살아가는 이 세계의 공통 감각을 익히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세계의 변화를 관찰하고 타인의 생각을 접하면서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구성하는 훈련을 수행하고 이를 확장하는 대학생들의 독후감 쓰기를 실제 사례로 제시했다. 독후감 쓰기는 고전의 마땅한 교훈을 익히는 글쓰기에서 벗어나 타인의 삶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그와 동시에 나의 삶과 타인의 삶을 서로 연결하는 공감 훈련을 위한 글쓰기 과정으로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3부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서는 사실적ㆍ비판적 읽기와 분석적ㆍ비판적 쓰기를 훈련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을 선택적으로 병행하며 이루어진 읽기와 쓰기의 방식에서 기본적으로는 종이책을 통한 읽기 방식을 유지하면서 디지털 매체가 읽기와 쓰기 관행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수용하는 방식을 실험한 점이 특징이다. 쓰기 과정에서는 웹 기반의 공유 협력툴을 활용해 학습자들이 교수자 면담, 동료 튜터링, 글쓰기센터 튜터링, 도서관 지원 체계와 연계하며 글쓰기 공동체 안에서 글쓰기 과정을 익히게 안내한 점들을 이야기한다.
4부 「어떻게 쓸 것인가」에서는 신뢰할 만한 출처의 자료를 활용해 논증적 글쓰기를 수행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논증적 글쓰기에 중요한 것은 자신의 주장을 먼저 꺼내는 것보다 자료를 찾거나 문헌을 검토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며, 한 편의 완성된 글을 목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논제 선정, 전제와 쟁점, 주장과 이유, 근거를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등의 각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5부 「누가, 어떻게 쓰는가」에서는 ‘생성형 AI를 학습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AI 리터러시 교육의 핵심은 AI를 단순히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성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학습자의 주체적인 사고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프롬프트 쓰기’와 ‘피드백 대화’를 학습하며, 프롬프트 설계에서는 야콥슨 의사소통 모델(발신자, 수신자, 메시지, 맥락, 코드, 접촉)을 적용하며 AI와의 상호 작용 구조를 설정하고 있다. 또한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학습자의 능동성과 비판적 검토, 주체적 선택임을 강조한다. 우리 사회가 생성형 AI를 기술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관해서는 주목하는 반면에 학습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에 관해서는 실질적인 논의가 부재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 책의 독자들이 특별히 관심 가질 만한 부분일 것이다.
읽고 쓰는 사람으로, 공감하고 성찰하는 삶으로,
회복적 글쓰기를 통해 자기 성찰을 도모하는 길로 나아가다
『쓰기 교양』을 읽는 독자들은 AI 시대 글쓰기의 방법 모색(교육적 방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 기존 글쓰기 방법(분석적ㆍ논증적 글쓰기)의 재맥락화, 독후감의 필요성과 그럼에도 ‘깊이 읽기’가 이루어지지 않는 실제 사례를 통한 인문 교양의 가치와 의미 재고 등에 관해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 사례로 제시된 학생들의 글쓰기를 통해 학생들의 고민과 성취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읽기ㆍ쓰기는 한 개인의 정신적ㆍ신체적ㆍ감정적 활동인 동시에 사회적 협동에 기댄 결과다. 기계와 자본, 권력과 담론의 구조 속에서 취약해진 주체가 자신을 돌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낡고 오염된 언어 속에서 빛나는 언어를 발견해 너와 나의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발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AI 시대의 글쓰기 교육은 공감과 공통 감각을 회복하고, 비판적 읽기와 쓰기 역량을 강화하며, 윤리적 자료 활용과 다중 문해력을 익히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는 AI 시대를 윤리적·교육적·기술적으로 임하는 우리의 쓰기 교양이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