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커먼 먹구름이 아빠 얼굴을 뒤덮을 때
“오늘 아빠의 날씨는 매우 나쁨!”
맑은 날의 햇살처럼 부드럽고 따듯한 엄마, 아빠도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날씨처럼 갑자기 돌변하는 때가 있어요. 눈썹 사이에 빗줄기가 떨어지고, 시커먼 먹구름이 엄마, 아빠의 얼굴을 뒤덮을 때 말이에요. 여기에 우르르 쾅쾅 무서운 목소리가 들려오면, 그땐 정말 조심해야 해요. 엄마, 아빠의 날씨가 매우 나쁘다는 거니까요.
알토미 작가가 쓰고, 송수혜 작가가 그린 그림책 《아빠 얼굴에 화난 비가 내려요》에는 이렇게 먹구름에 뒤덮인 아빠와 난처해진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엄마가 일을 나가자 아빠는 바빠졌어요. 서둘러 빨래를 개고, 지난밤 미뤄 둔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의 아침밥도 차려야 했거든요. 하지만 아이들은 아빠의 그런 고생도 모르고, 서로 티격태격 장난치고 싸우기 바빴어요. 차려 둔 밥은 다 먹지도 않고, 아빠가 애써 개어 둔 빨래를 흐트러트려 놓았어요. 아이들 앞에 아주 커다랗고 강력한 태풍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지요.
빨랫감 친구들과 함께하는 아빠 찾기 대작전!
“돌풍 속으로 사라진 아빠를 찾아야 해!”
아빠의 눈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더니 눈썹 사이에서 화난 비가 내렸어요. 우르르 쾅쾅 입에서 천둥 번개가 치고 잔소리 돌풍이 불었어요. 잠시 후, 집 안에 주룩주룩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빗물에 아이들이 흠뻑 젖고, 애써 빨아 말린 빨래들도 다시 축축하게 젖었어요. 아빠는 어깨가 축 처져서 사라져 버렸지요.
그때 어디선가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거실이 엉망진창이야.”
“아빠는 어디 간 거야?”
짝을 잃어버린 양말 하나, 누나의 티셔츠, 동생의 팬티, 분홍색 수건, 아빠의 청바지와 와이셔츠가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소리였어요.
빨랫감 친구들이 차례로 손을 이어 잡더니, 아이들의 손도 하나씩 이어 잡았어요. 기다란 밧줄이 되어 커다랗고 무시무시한 돌풍 속에서 아빠를 찾기 시작했어요.
과연 아이들과 빨랫감 친구들은 아빠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아빠를 둘러싼 먹구름을 걷히게 할 수 있을까요?
먹구름을 몰아내고, 무지개를 뜨게 하는 방법
“재밌는 야구, 맛있는 치킨, 그리고…….”
우리의 감정도 일기 예보처럼 예측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미리 우산이라도 준비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감정은 날씨처럼 쉽게 예측할 수 없어요.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 바로 우리 감정이니까요. 하지만 상대방과 나의 감정을 정확히 알고, 나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다시 맑고 화창하게 변화시킬 수는 있지요.
글을 쓴 알토미 작가는 감정의 변화를 날씨에 빗대어 표현하여 어린이들이 감정을 보다 쉽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였어요. 또 이를 통해 가족 구성원의 감정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응원할 수 있게 하였지요. 우리에게 어떤 힘든 일이 닥쳐도 가족의 따듯한 응원과 사랑이 있다면 다시 무지개가 뜰 수 있다고 말하면서요.
그림을 그린 송수혜 작가는 사고뭉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남매와 듬직하면서도 다정한 아빠를 생생하게 그려 냈어요. 생동감 넘치는 표정과 감각적이면서도 뚜렷한 색채로 어린이들이 감정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지요.
이 그림책에는 이렇게 가족 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함께 풀어 나가는 과정이 담겨 있어요. 언제고 내 가족의 얼굴에 화난 비가 내린다면 이 책을 펼쳐 보세요. 먹구름을 몰아내고, 무지개가 뜨게 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 담겨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