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에 생생하게 살아난 제주 고유의 문화
강미숙 작가는 ≪삥이 뽑던 날≫, ≪시내따이 구출 작전≫ 출간 이후 제주어와 제주문화를 알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귀일초, 귀덕초, 영평초의 ‘온책 읽기’ 대상 도서로 선정되어 어린이 독자들과 만남 및 북토크 행사를 가졌으며, 학부모교육(백록초, 창천초)과 다양한 북토크 행사를 가졌고, 교사 대상 제주어 직무연수강의(탐라교육원), 제주 이해 교육주간 제주어 작가와의 만남(물메초), 독서캠프 제주어 작가와의 만남(세화초), ‘삥이 뽑는 아이들’(하귀일초 자율동아리) 및 독서논술 동아리 주최 작가와의 만남 등 다수의 행사를 통해 생생한 제주말과 제주의 놀이 문화를 전하고 있다.
세 번째 작품집 ≪애기업개≫에서도 이전 작품과 같이 독자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제주어 단어들에는 바로 아래 작은 주석을 달아서 읽기 편하도록 편집했다. 눈으로만 읽어도 재미있지만, 입으로 소리내어 읽었을 때 느낌이 더욱 생동감 있게 살아나는 작품들이다.
제주 4.3으로 많은 가족을 잃어야 했던 시절은 한 세대로 끝나지 않고 대물림되는 상처와 역경을 남겼다. 그러나 그 속에서 서로를 챙기며 온전한 사람으로 커갈 수 있도록 돌보았던 제주의 공동체 문화를 엿보게 해주는 ≪애기 업개≫는 공동체적 돌봄이 절실해진 현재 시대에 확장된 가족의 역할과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있는 동화집이다. 또한 국가주도 개발과 서울 중심의 문화가 강요되었던 80년대에 대한 풍자, ‘주변적인 것’으로만 치부되었던 지역 문화의 풍부함과 다양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들의 영웅들〉
평상시에는 일밖에 모르다가도 시험 점수에는 유독 민감한 아버지, ‘개천에서 용 나기’ 위한 방법이라며 공부를 강요하는 담임 선생님, 이런 어른들이 미옥이는 다 못마땅하다. 어느 날 주어진 ‘우리 부모님은 어떤 분인가?’라는 숙제로 인해 보잘것없이 느껴졌던 부모님이 뛰어난 영웅으로 탈바꿈하는 시각의 대전환을 경험한다.
〈애기업개〉
막내동생의 애기업개 노릇 때문에 놀 자유를 빼앗겨 눈앞이 캄캄했던 미옥이에게 기적처럼 ‘해방’이 찾아왔다. 애기업개를 대신할 “순자 언니”가 오게 된 것이다. 일 잘하는 순자언니를 보는 어머니의 입꼬리가 자꾸 올라가는 것에 묘한 질투심으로 느끼던 중, 미옥이는 순자언니의 비밀을 알게 된다. 하지만 어머니와 순자언니 사이에는 이미 그 비밀이 공유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배신감으로 집을 뛰쳐나가기에 이른다. 어두운 밤 도채비불에 홀려 따라가던 순간 미옥이를 찾으러 나온 순자언니의 도움을 받게 되고, 이 과정에서 어머니의 진심과 순자언니의 아픔을 이해하게 된다.
〈그 아버지에 그 똘〉
운동회에서 달리기라면 자신 있었던 미옥이는 새로운 규칙에 따른 조편성으로 걱정이 태산이다. 거기에 낡은 체육복이 더욱 거슬린다. 사고로 다리까지 다친 미옥이는 거슬리는 체육복과 불리한 조편성으로 인한 걱정을 한꺼번에 해결한 묘책을 생각해낸다. 하지만 아버지의 낡은 운동화를 보며 가슴 한구석이 찔리고, 아버지를 창피하게 여겼던 사건들이 자신의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어른인 아버지 역시 사고뭉치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가족〉
보란 듯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사촌오빠네 집에 애기업개로 나선 미옥이. 사촌오빠 부부는 겉으로는 가족인 듯 살갑게 대하지만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은근한 무시와 배제의 경험을 통해 미옥이는 순자언니의 입장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순자언니는 아버지가 벌어온 큰돈을 모두 훔쳐 나갔다가 사흘 만에 돌아왔다. 그리고는 지금껏 감춰왔던 자신의 과거를 밝힌다. 양심을 지키려는 언니를 보며 미옥이는 순자언니에 대한 미움을 걷어내고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