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석좌 교수 최재천 강력 추천
***파이낸셜 타임스 올해의 책 선정
***미국, 영국, 중국, 대만 등 전 세계가 주목한 베스트셀러
우리는 어쩌다 승리에 집착하게 되었나?
승부에 미친 사회에서 살아남기
“네 녀석들은 챔피언이냐 루저냐?” 저자 캐스 비숍이 올림픽 선수 시절에 매일같이 들었던 말이다. 학창시절에 운동을 좋아하지 않던 아이에서, 영국 여성 조정 메달리스트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은메달과 금메달을 따내며 2000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9위를 기록하며 자신의 인생이 끝났다고 느꼈다. 캐스가 2004 아테네 올림픽에 다시 도전했을 때, 많은 사람이 그의 출전을 의심했다. 과거의 기록으로 보건대 절대 메달을 딸 수 없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캐스는 그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처음에는 기뻐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금메달을 놓친 것과 은메달을 딴 것 사이에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올림픽 정신은 결과보다 과정을 즐길 것을 강조하지만 언론은 이런 가치보다 메달의 색과 수, 승자와 패자의 심정을 담은 인터뷰에 집중했다. 세 번째 은메달을 딴 캐스의 동료는 가족을 떠나보낸 것처럼 슬퍼했다. 금메달을 기대한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실망을 표했고 자신마저 괴로움에 빠졌다. 캐스는 메달 색깔이 선수의 가치를 결정하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2위를 했다고 이토록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것일까? 이런 문화를 조장한 사회는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가? 이것이 바로 경쟁사회의 함정이다. 경쟁이 있어야 빠르게 성장한다는 믿음이 널리 퍼진 반면, 그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최고가 된 이들의 추락과 일탈…
인간을 망가트리는 승리 지상주의
트로피 뒤에 숨은 부패는 셀 수 없이 많았다.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행, 뇌물, 약물 복용 범죄, 업계 최고가 되고자 성과를 조작하는 기업들, 1등급을 받기 위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학생과 부모들까지 일상 곳곳에서 경쟁을 향한 집착을 볼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사회를 보며 부정행위로 얻는 이득은 오래가지 못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광범위하고 돌이키기도 어렵다고 말한다. 1988 서울 올림픽에 출전한 육상 선수 벤 존슨은 세계 신기록을 달성하며 금메달을 손에 넣었으나 사흘 뒤 불법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밝혀져 수상이 취소되었다. 그가 누린 영광의 시간은 고작 55시간 남짓이다. 남은 인생 동안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에 비하면 짧디짧은 순간이다.
승리를 향한 집착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우리도 모르게 승패와 관련된 언어가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성공하는 법’ ‘성공 명언’ ‘부자와 빈자의 차이’ ‘승리 요정’ ‘이기는 팀 우리 팀’ ‘압도적인 승리’와 같은 승리에 관한 언어가 언론, 도서, 유명인의 연설, TV 드라마, 친구와의 대화 등 곳곳에서 사용된다. 어딜 가나 1등을 조명하는 일은 흔하다. 역사적으로도 전쟁에서 이긴 나라의 역사가 주로 기록되었지 패전국, 소수 민족의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다. 경쟁이 DNA처럼 몸에 새겨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윈의 ‘생존 경쟁’을 예로 든다. 그러나 실제로 다윈은 이것을 한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에 의존하는 것까지 포함한 넓고 비유적인 의미로 사용했다. 이처럼 한쪽으로 치우친 인식이 오늘날의 경쟁주의를 더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생은 결과를 내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찰나의 영광 대신 오래 지속될 승리로
사람들은 언제나 ‘1등’을 우월하게 생각한다. 영국과 미국의 수많은 교사가 경쟁 중심의 교육에 지쳐 교직을 떠나고 있다. 성적이 중시될수록 미술, 음악, 체육 같은 예체능이 대폭 축소되고 주요 과목조차 시험에 필요한 테크닉을 가르치는 데 집중하는 등 창의적인 교육이 전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도 과정보다는 성과에 주목하고 팀끼리 경쟁을 붙이는 데 익숙하다. 심지어 같은 팀인데도 ‘밥그릇 싸움’을 하느라 팀워크가 무너진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한 저자는 높은 성적을 받거나 고액 연봉을 받는 것이 행복을 느끼는 것과 별개이며, 오히려 경쟁을 부추기는 풍토가 각종 부패와 불행을 낳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국은 특히 경쟁에 익숙하다. 누가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누가 더 많은 연봉을 받고 누가 먼저 내 집 마련에 성공하는지를 두고 싸우는 ‘제로섬 게임’은 남과의 비교를 부르고 행복감을 저해하는 등 현대인들에게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안긴다.
그러나 인생은 결과를 내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삶을 평가할 때 ‘승리’와 ‘실패’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순간 과정으로서의 삶은 철저히 무시된다. 저자는 사회 전반에 만연한 승패 이분법을 지양하고 협력과 공존으로 나아갈 것을 제시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명확성이다. 개인이 원하는 성공의 모습과 기준을 명확하게 세울 것, 쉽게 바뀌는 숫자와 당장의 결과에 목매지 않을 것을 강조한다.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이 있다면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다. 두 번째는 꾸준한 배움이다. 당장의 결과가 어떻든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을 것을 강조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배움의 태도가 곧 경쟁력이다. 배움에 집중하면 어떤 풍파를 맞아도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람이 된다. ‘어떤’ 일을 하는지보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집중한다면 실제로 성과도 더 잘 낼 수 있다. 세 번째는 다른 사람과의 연결이다. 저자는 12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협상을 경험했고 ‘사람을 얻으면 모든 것을 얻는다’는 결론을 배웠다. 연결되지 못하면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고초를 겪는다. 관계를 무시하고 경쟁에 몰두하면 오히려 목표와 멀어지고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는 새 시대의 승리를 추구하는 세계적 리더들의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인류의 건강뿐 아니라 직원의 행복까지 신경 쓰는 기업 문화를 만든 제약 회사, 모든 아이에게 출전 기회를 주고 전적으로 아이들의 의견으로 운영되는 유소년 축구단, 커피의 품질뿐 아니라 공급자, 함께 일하는 동료의 경험까지 중시한 커피 기업 등 기존의 기업 문법에서 탈피한 9가지 사례를 읽다 보면 편견과 인식을 바꿔도 성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던 승자 문화의 실체를 깨닫고 나면, 트로피보다 값진 자신만의 성공을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오래 지속되는 승리를 찾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