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료와 인문학의 접점에서 윤리적, 사회적,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의료인문학이 최근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이 기획한 『영화로 만나는 의료인문학1』은 영화라는 친숙한 매체를 통해 의료인문학이 마주하는 다양한 쟁점을 탐구한다.
의료인문학은 의료 지식과 기술이 인간 삶의 중요한 영역으로 그 영향력을 확장하는 시대에 즈음하여, 단순히 의학적 지식이나 기술을 다루는 것을 넘어, 의료가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으며 유전자 편집, 의료 AI, 고령화 사회 등의 변화 속에서 의료윤리와 인간 존엄성 관련 논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 책은 7편의 영화를 선정해 의료윤리, 생명윤리, 의료 노동, 환자-의료진 관계 등 의료인문학적 논점을 분석한다. 각 장은 영화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 후, 해당 영화가 제기하는 의료적, 윤리적, 철학적 문제를 탐색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또한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마주할 수 있는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더 생각해 볼 문제’와 ‘더 찾아볼 작품’이라는 코너를 마련해 독자들이 더 깊이 사고할 수 있도록 했다.
2.
책에 소개된 7편의 영화는 각기 다른 의료인문학적 질문을 던진다.
〈가타카〉(1998, 앤드류 니콜 감독)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사회적 차별과 인간 존엄성 문제를 조명한다. 영화 속 미래 사회에서 유전자에 따른 신분 계층이 형성되는 모습을 통해, 실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현실에 미칠 의료 윤리적 영향을 분석한다.
〈패치 아담스〉(1999, 톰 새디악 감독)는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공감과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전통적 의료 체계에 도전하는 주인공 패치 아담스를 통해, 환자와의 관계 맺음과 관련하여 의사의 자격과 역할을 다시금 고민하게 만든다.
〈사랑의 기적〉(1991, 페니 마셜 감독)은 신경의학자 올리버 색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환자를 존중하고 관찰하는 의료진의 태도가 환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3교대〉(2019, 이은경)는 실제 간호사 출신인 감독이 만든 짧은 영화로, 2024년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을 배경으로 간호사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조명한다. 의료 노동의 가치를 재조명하며, 보다 나은 의료 환경을 위한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프로메테우스〉(2012, 리들리 스콧)는 미래 사회,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신체 강화 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윤리적 딜레마를 SF적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과학기술 발전이 인간 본질에 미치는 영향을 성찰한다.
〈플랜 75〉(2024, 하야카와 치에)는 일본의 초고령 사회를 배경으로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는 가상의 제도를 설정하여, 고령화 사회와 존엄한 죽음을 둘러싼 윤리적 문제를 탐구한다.
〈간호중〉(2021, 민규동)은 AI 간병 로봇이 의료와 돌봄의 역할을 대체하는 미래 사회를 조명한다. 첨단 기술이 의료 시스템, 특히 돌봄에 미치는 영향을 윤리적 시각에서 고민한다.
3.
『영화로 만나는 의료인문학1』은 학술적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대중적으로 접근 가능한 형식에 초점을 맞춘다. 의료인과 예비 의료인을 비롯해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으며,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직면하는 다양한 상황을 영화 속 이야기와 연결하여 이해를 돕는다. 특히 의과대학, 간호대학, 치과대학, 한의과대학 학생들에게는 의료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윤리적 딜레마와 사회적 문제를 미리 고민하고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의료 정책을 고민하는 연구자나 의료 노동 환경 개선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도 유의미한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이 책은 영화라는 친숙한 매체를 통해 의료인문학이 다루어야 할 주요 이슈를 탐색하며, 대중과 의료인 모두에게 의료와 인간, 윤리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