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왜 융합교육인가?
인공지능은 인간이 오랜 시간에 걸쳐 공부해도 습득하기 어려운 방대한 지식을 순식간에 학습한다. 이제 인간은 특정 분야의 좁고 깊은 지식보다 기술과 산업 등 모든 분야의 지식 장벽을 허물고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뭔가를 창조해낼 수 있는 힘을 키우는 데 주목해야 한다. 세계의 인재교육 패러다임도 초융합 시대를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종합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포함하는 융합 능력 양성에 초점을 맞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함께 더욱 짙어진 미래의 불확실성 속에서 학생들이 마주하게 될 문제들은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만으로 해결하기도 어렵거니와 온갖 이해관계마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다양한 분야와의 긴밀한 협업으로 더 나은 해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찾아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생 수마저 급감하는 상황에서 다양성을 무시한 채 모든 학생에게 오로지 동일한 성취기준만을 강제하는 교육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교과 성취기준을 포함해 다양한 배움을 아우를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
융합교육은 설계할 때부터 교과별 성취기준은 물론 이를 뛰어넘는 학생 개개인의 다양한 배움을 아우르는 교육 실천을 염두에 둔다. 이 책은 단순히 교과의 물리적 통합 방식을 제안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통합을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를 성찰하려 한다. 특히 초·중·고를 아우르는 다양한 실제 수업 사례를 통해 융합교육에 대한 막연함과 모호성은 걷어내는 한편,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학생들이 교과성취는 물론 미래역량을 두루 키워갈 수 있는 장(場)을 제공함은 물론, 이러한 배움을 다양한 실제 문제해결에 활용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어가도록 안내할 것이다.
융합교육의 이론과 실제를 아우른 이 책의 구성은?
이 책의 저자들은 전작 《융합교육으로 미래교육의 길을 찾다》를 통해 미래교육을 열어가는 현장 중심 용합교육의 당위성을 이야기한 바 있다.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학교 현장에 융합교육을 안착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특히 이미 교육 현장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교육적으로 의미 있게 활용할 것인지에 주목하였다. 이를 위해 4개 장에 걸쳐 현시점에서 융합교육의 본질을 재고하는 한편, 인공지능을 활용한 융합교육과정의 개발과 평가, 그리고 다양한 주제로 설계한 인공지능 시대의 융합교육 실천 사례들을 아우른다.
되짚어보는 융합교육의 본질과 가치
초융합 사회로의 진입은 궁극적으로 물리적·디지털·생물학적 세계의 융합을 의미하며, 학문이나 교육 또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첫 장에서는 융합교육의 실천 사례들을 소개하기에 앞서 융합교육이란 무엇인지 그 본질을 되짚어본다. 학교 현장에 융합교육이 올바로 뿌리를 내리려면 단순히 과목 간 물리적 경계를 허무는 것을 넘어 교육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에 관한 성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서는 과목 간 높은 벽을 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에 첫 장은 분과학문의 탄생을 가져온 근대의 논쟁과 함께 오늘의 관점에서 융합교육의 가치를 재고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융합교육 과정의 개발과 평가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교과 재구조화 과정을 강조한다. 이는 학교 교육이 기존 분과 수업뿐 아니라 교과 통합 수업이라는 경로를 함께 모색해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최근 학교 교육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활용 방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은 교과 간 지식의 유기적인 연결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함께 배움을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매개체로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2부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융합 교육과정의 개발과 평가 방안을 살펴본다.
수업 사례와 함께 알아보는 인공지능 시대의 융합교육 실천
융합 교육과정에서는 전통적인 교과 교육에서 2차적 목표로만 다뤄왔던 문제해결력, 비판적 사고, 창의성 함양 등에 좀 더 주목한다. 즉 교과별 교육 의도를 넘어서는 범주의 확장을 통해 학생들의 배움을 확장한다는 의미다. 다만 이것이 현장에는 다소 막연하게 여겨질 수 있기에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구체적인 융합수업 사례들을 통해 배움의 확장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장의 모습을 소개한다. 실천을 위한 전제로서 교육 현장에서 융합교육을 탐구하고 실천에 옮기기 위한 ‘융합적 사고력’의 필요성과 의의에 대해 고민한다. 이러한 실천 전제 기반으로 설계된 다양한 융합교육 사례를 참고한다면 현장에서 수업을 만들어가는 데 의미 있는 전략과 아이디어 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융합교육의 미래, 교육-운동-정책-연구의 연계에 관하여
이 책은 융합교육이 개개인의 수업 실천에 머물지 아니하고, 교육-운동-정책-연구의 연계라는 새로운 융합의 관점을 제안한다. 즉 ‘융합’이 교육 실천을 넘어 교육-운동-정책-연구 전반을 아우르는 융합의 필연성을 강조한 것이다. 교과든 조직이든 교육주체든 각각을 구분하는 칸막이 문화가 견고할수록 아무리 좋은 시도도 그저 개인 차원의 실천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융합교육이 지향하는 핵심가치인 서로 분리하지 않고 함께 상승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교육-운동-정책-연구 전반의 융합이 필요하다. 협력적 학교문화가 뒷받침될 때, 융합 교육과정 또한 본래의 의도대로 설계되고 실천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22 개정교육과정과 현장 중심 융합교육 실천 방안
2022 개정교육과정은 깊이 있는 학습, 즉 단편적 개별지식 습득을 넘어 학생 주도의 탐구와 사고를 통해 개념 간 관계를 이해하고 전이하며 지식의 폭을 확장하고 깊이를 더하는 학습 강조한다. 이는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분야 간 연결점을 찾아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가는 모든 과정을 아우르고자 하는 융합교육과 일맥상통한다. 이는 융합교육이 개정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학생 주도성 신장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음을 방증한다.
다만 현장에서는 융합교육에 대해 개념이 모호하다거나 실천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에 갇혀 선뜻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 책은 많은 교사들이 수업에서 이미 실천하고 있는 다양한 교육활동들이 융합교육과 상당 부분 맞물려 있음을 강조하면서 융합교육에 대해 세워진 높은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데도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을 교육과정과 평가, 그리고 수업에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지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