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눈을 통해 들여다보는 일상 속 눈부신 순간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을 쉽게 놓치게 된다. 인생은 바쁘게 흘러가고, 잡을 수 없는 것은 수도 없이 많으며, 그렇게 지나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알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색채의 마법〉은 헤르만 헤세가 테신에서 지내며 완성한 다섯 편의 시와 일곱 편의 에세이, 그림을 주제로 한 편지와 글들을 모은 작품이다. 반복되는 하루에 떠밀려 잊곤 하는 것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함으로써 삶에 대해 사색하도록 이끈다.
이 책에서 헤세는 테신의 호숫가 계곡들, 산비탈의 포도밭들, 마을들, 정원들, 기와를 얹은 지붕들을 도화지에 그려내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가 담아낸 내리쬐는 햇빛과 그날의 태양,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경과 그림자는 보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감정을 조용히 일깨운다. 그림 그리기로 인생의 험난한 시기를 이겨낸 헤세. 그렇기에 그의 작품을 보다 보면 잊고 있던 삶의 희망과 기쁨이 느껴지는 건 착각이 아닐 테다.
말미에 더해진 ‘헤세 전문가’ 폴커 미헬스의 후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그림 그리기를 향한 헤세의 열망과 사랑, 의미가 담긴 일종의 고백이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그의 눈에 담긴 장면들을 생생하게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빛의 변화 또한 포착해내 그림을 그리던 그 시간, 그 순간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따라서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풍경과 빛이 눈앞에 펼쳐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