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나만 없지, 고양이…
나이가 들수록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 우연히 발견한 노래의 예쁜 가사, 오늘따라 유난히 맛있게 구워진 계란 프라이 같은 것들. 그런데 요즘 어린 세대들은 이 진리를 벌써 깨닫고 있다고 한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넘어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을 정도니까.
어쩌면 우리 모두 너무 지치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어서, 화려하거나 특별한 순간보다 그저 평범한 하루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자극적인 콘텐츠보다 소소한 일상을 담은 유튜브 채널과 조용한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아이 해브 어 캣〉은 하드 록커인 저자가 반려묘 ‘꾸미’와 함께하는 보통의 하루를 기록한 그림 에세이다. 연필로 그린 무해한 그림들, 그리고 작가와 꾸미의 티키타카 대화가 은근한 재미를 선사한다. “영감은 결코 기다려주지 않아” “인간은 바보 같아” 같은 짧지만 유쾌한 글귀들은 웃음 짓게 하면서도 문득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이 책의 저자는 오랜 시간 음악을 해온 하드 록커이지만, 사실 어릴 적 꿈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능이 없다"는 어른들의 말에 그림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몇십 년이 지난 후, 뒤늦게나마 다시 연필을 들었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그에게 순수한 기쁨을 선사했고, 삶의 동반자인 ‘꾸미’와 음악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이를 본 지인들은 그를 응원하고, 때로는 독촉하며 더 많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렇게 모인 그림들이 〈아이 해브 어 캣〉이라는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오늘도 일과 삶, 그리고 사람에 지쳤다면 잠시 〈아이 해브 어 캣〉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 반짝이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 세상에 이렇게 무해한 그림 에세이 하나쯤은 있어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