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은 우리가 귀찮게 하기를 원하신다
이 책은 제목에 충실한 책이다. 우리가 ‘왜 굳이 기도하는가?’를 묻고 이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성찰하는 책이다. 예수회 사제인 저자 리처드 레너드는 여기서 ‘우리가 어떻게 기도하는가?’에 대해 탐색하기보다, ‘우리가 왜 기도하는지’, 그리고 ‘기도라는 것이 우리를 위해, 하느님을 위해, 나아가 이 세상을 위해 대체 무엇을 하는지’ 간결하고 명료한 문체로 설명하면서, 우선 보석 같은 네 가지 지혜를 강조한다.
첫째 지혜는 ‘매일 어떤 기도라도 바치는 것이 기도를 전혀 바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사실이다. 지속적인 기도 생활을 한다는 것이 우리 대부분에게는 비현실적인 일이다. 악한 영(靈)은 끊임없이 기도하는 생활을 해야만 한다고 우리에게 속삭인다. 그렇지만 완벽함은 선함의 적이다. 선한 영은 완벽함에 억눌려 기도를 포기하기보다 가능한 한 할 수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기도를 바치라고 격려한다.
둘째, ‘기도란 무엇인가 보여 주기 위한 공연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만날 수 있는 어떤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찬양, 경외, 숭배, 예배, 감사, 간청, 경청, 묵상, 관상 등 무엇이라 부르든지 모든 기도는 결국 하느님과의 만남이다. 기도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우리의 목적은 사랑에 찬 하느님의 현존을 만나는 것이다. 하느님을 위한 공연을 멈추고, 기도 중에 오직 그분의 현존을 찾으면 그분께서 우리에게 마련하신 가능성이 열린다.
셋째 지혜는 ‘어떤 기도가 도움이 된다면 기도하라! 그렇지 않다면 하지 마라!’라는 조언이다. 이는 하느님께 가는 길이 단 하나, 곧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단 한 가지 기도 방법만 있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사막 사부 영성, 베네딕도 영성, 프란치스코 영성, 도미니코 영성, 가르멜 영성, 이냐시오 영성 등 교회 전통에는 여러 기도 영성이 전해 내려온다. 특정한 형식의 기도만이 하느님께 닿는 유일한 기도라고 고집할 수는 없다.
넷째, ‘최고의 기도는 우리 자신을 잘 보살필 수 있게 한다.’ 우리는 때로 필요한 것을 찾아 얻으려고 지나치게 서두른다. 그런 성급한 열정은 우리 자신을 점점 무덤 속으로 몰아넣는다. 이는 기도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우리가 죽어도 세상은 계속될 것이고, 어쩌면 우리가 없어서 세상이 조금 더 나빠질 수도 있겠지만, 주님이신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께서 허락하시는 한 오래도록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기 원하실 것이다.
누군가는 우리가 상상 속 친구들과 대화하고 있다며 조롱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도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 우리 믿음을 결정한다. ‘왜 굳이 기도하는가?’라는 물음에 저자는 끝으로 답한다. “하느님은 우리가 그분을 귀찮게 하기를 원하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도는 사랑과 기쁨으로 특징지어지는 관계를 발전시켜, 우리와 이웃과 세상을 변화시킨다.”
“리처드 레너드의 새 책은 우리가 기도를 어떻게 하는지, 기도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하느님이 우리 기도를 정말 들어주시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리처드의 책을 읽는 것은 경험이 많은 사제에게 ‘제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요청하는 것과 같다. 리처드는 학자이므로, 사전 준비 없이 신앙처럼 중요한 것에 대해 피상적으로 언급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 책은 그리스도교 기도의 풍부한 문헌 전통을 잇는 훌륭한 안내서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_ ‘추천의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