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시공간 속 10명의 운명이 얽히며 직조한 역사 판타지!
《엑스터시》는 이희준 작가의 장기인 장르 융합의 독특함과 더불어 순식간에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깊은 몰입감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작가의 모든 소설 중에서 가장 입체적이고 독특한 서사 구조를 가진 소설이다. 시대도 공간도 전혀 접점이 없는 10명의 인물들 삶이,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차츰 퍼즐처럼 엮여 어느새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형성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시에 진행되는 10편의 이야기가 각각 발단, 전개, 위기, 위기의 심화를 거쳐 각각의 절정을 향해 치달으면서 서서히 하나의 퍼즐로 맞춰지는 독특하고 입체적인 구성의 작품인 것이다.
서로 다른 10가지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는 마법사들의 굿이다. 굿과 무당이라는 한국 전통의 샤머니즘을 마법사와 소환의식이라는 서양 판타지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이 소설은 판타지를 포함하여 지금까지의 그 어떤 장르문학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또한 판타지적 설정이 한국의 비극적인 근현대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흥미진진하게 읽히면서도 깊은 감정을 자아낸다.
《엑스터시》는 또한 식민지 시대를 다룬 여느 소설들과 달리 대단히 독특한 플롯과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와 편집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이라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며, 짧은 분량이지만 재미와 깊은 감동, 그리고 무엇보다도 탁월한 반전을 보여주는 소설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어린 소년 서준이는 작은 섬에 홀로 사는 할아버지댁에서 여름방학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뱃사람들이 이 섬을 ‘귀신 섬’이라고 부른다는 것과, 이 섬에 하얀 소복을 입은 귀신이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된 서준이는 겁을 먹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할아버지 역시 그 귀신과 관련된 것으로 보여서 서준이는 더욱 불안해한다. 그러던 중 서준이가 할아버지와 귀신 섬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되면서 과거 식민지 시대와 그에 얽힌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국이 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는 암울한 식민지 시대, 마지막 ‘용 사냥꾼’인 주강진은 세상 어딘가에 숨어 있는 최후의 용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자 용을 잡으러 떠나게 된다.
뛰어난 저격 실력을 가진 독립군 ‘암석’은 제국이 준비하는 비밀 작전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제국의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된다.
조선을 배신하고 제국의 군인이 된 조선인 삼산원은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듣고 고향에 갔다가 옛날 추억과 마주한다. 그리고 자신의 어린 시절 소꿉친구이자 첫사랑이었던 선자를 찾기로 결심한다.
도박 중독자이자 불효자인 한태신. 그는 생체 실험을 받으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혹해서 실험에 자원하게 된다. 하지만 그곳은 제국이 생화학 무기를 만들기 위해 인간을 잔인하게 실험하는 곳이었고, 실험을 받게 된 한태신은 점점 몸이 괴물처럼 변형되어 간다.
황해도의 마법사 박도준은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 마법사 대회의에 참석한다. 3천 년 동안 비밀에 싸인 대마법서를 마침내 찾아내어 신을 소환해 낼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조선의 마법사들. 하지만 그들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모인 처음의 뜻과는 달리 서로 사상이 달라 다투게 되는데......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서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과 평범한 사람, 그리고 타인에게 희생당하는 캐릭터 등을 보여주며 다양한 삶의 모습과 함께 그 모든 삶을 인드라망처럼 연결하는 유장한 역사의 흐름을 독자들이 직접 발굴하고, 캐내고, 느끼도록 자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