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 정치를 넘어 민주주의의 미래를 묻다
2024년 12월 3일, 잔인했던 계엄의 밤 이후에도 시민들은 불안함과 초조함으로 여전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뒤이은 탄핵 사태와 대통령 구속, 그리고 법정 투쟁으로 한국은 권력의 진공상태 속으로 빠졌고, 민주주의 회복과 정치 안정은 불확실성에 파묻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민주당 이재명 대표 판결, 대선정국이 겹칠 한국의 봄은 이미 망가진 정치 역량으로 감당하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하루라도 빨리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점검하고 무엇을 실행해야 하는가?” 절박한 심정으로 저자는 펜을 들었다.
저자는 20여 년간 반복된 ‘지난 정권과의 단절적 청산’이 한국 적대 정치의 양식이라고 분석한다. ‘참여정부’를 표방했던 노무현 정권, 열린 소통으로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던 문재인 정권의 실패는 한마디로 ‘적대 정치의 기원과 증폭’이었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도 ‘정치 양극화와 폐쇄 정치’라는 적대 정치의 덫에 걸렸다. 하나같이 민주주의를 죽이는 적대 정치였고, 비상계엄을 발령한 윤석열 정권은 적대 정치의 극단으로 내달렸다.
민주주의를 되살릴 제안과 ‘시민들’에게 건네는 화두
적대 정치의 기원과 심화과정을 들여다본 후 도달한 결론은, 결국 “민주주의는 광장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생활세계에서 피어나는 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저자는 일상생활에서, 생활세계에서 시민들이 정치의 주인으로 나설 때 한국 민주주의를 되살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어서 저자가 제안하는 민주주의 살리는 길, 7개의 제안은 민주주의를 복원할 현실적 대안이다. 한국 정치를 이렇게 만든 제도와 관행을 혁신하지 않고는 정권교체가 이뤄진들 적대 정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념 집단 간 대결에서 벗어나 국민의 표심을 제대로 대변할 창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경쟁하는 정당 간의 협치를 어떻게 복원할 수 있을까? 견제받지 않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지지기반의 요구를 대변하는 기능보다 정권 창출에 더 민감한 한국의 정당구조를 어떻게 바로잡을까? … 한국 정치의 제도와 관행을 뜯어고치기 위한 근본적 질문들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화두이다.
이 책은 시민들에게 실망과 분노에 휩싸여 있기보다 ‘도대체 좋은 정치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적극적으로 희망을 찾아나서기를 권한다.
20여 년 지속된 적대 정치가 50년을 더 가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는가? 바로 이 시점에서 그 둥지를 잘라내야 한다. 권력욕에 눈먼 정치인과 정치집단에 기대하기는 틀렸다.
시민들이다. 그들의 정쟁에 휘말린 우리의 초라한 자화상을 들여다봐야 한다. 적대 정치의 앤솔러지가 그 거울이다.
(민주주의 살리는 길, 3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