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있는 세부 요소들로 발견하는
한국 전통회화의 진면목
화려하고 다채로운 세계 각국의 예술작품을 어디서든 감상할 수 있는 현대인에게 무채색 위주의 전통회화는 자칫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나 영화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한국의 작품이 사랑받고 있는 요즘, 우리는 우리 예술의 뿌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볼수록 아름다운 우리 그림』은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선조들의 멋과 자연, 일상을 담은 60여 가지 작품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한국 전통회화의 미를 재발견하는 책이다.
수묵화만 떠오르던 전통회화의 경계를 넘어 화가의 손가락 끝에서 탄생한 지두화나 현대의 픽셀화를 연상시키는 지직화 등 다채로운 기법의 작품을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보자기 같은 일상 속 예술작품까지 수록하여 선조들의 멋과 창의성을 엿볼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동양화를 전공한 저자 이소영은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 그림을 재발견했다. 그는 전통을 낡고 고루한 것으로 보지 않고,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오늘날의 감각으로 해석해 자신만의 관점으로 담아냈다. 이러한 시선은 전통회화가 막연히 어렵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내재된 멋과 흥을 끌어올려줄 것이다.
가족의 건강, 취업 및 승진, 부귀영화…
현대인의 바람과 맞닿은 선조들의 염원
옛사람의 소망은 현대인의 바람과 맞닿아 있다. 새해에 기쁜 소식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려낸 까치와 호랑이 그림부터 부귀영화를 염원하는 모란 병풍, 입신양명을 기원하는 게와 물고기 그림까지 우리 민족은 오랜 세월 동안 소재가 주는 상징에 익숙했고 가까이 두고 보면 이뤄질 거라는 깊은 믿음을 품었다.
고양이나 나비, 맨드라미와 수탉처럼 이질적인 소재를 한 화면에 담기도 했는데, 이는 중국에서 고양이와 70세 노인, 나비와 80세 노인을 의미하는 한자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금전운을 가져다준다는 해바라기 그림을 현관에 걸거나, 네잎클로버 모양의 액세서리를 몸에 지니듯 현대인의 모습도 옛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듯 옛 그림에 담긴 상징의 의미를 알면 반짝 빛나는 깨달음과 함께 선조들의 소망에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다.
옛사람의 시선으로
그림 속 세상을 읽다
동물과 식물, 산수화의 요소, 생활 속 소품, 그리고 옛사람의 아름다움까지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우리 그림을 깊이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1부에서는 그림 속에 녹아든 옛사람과 동물의 특별한 관계를 탐구했다. 선조들은 동물을 단순한 생명체가 아닌 삶의 동반자이자 상징적 존재로 받아들였다.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친숙한 동물부터 도마뱀이나 고슴도치 같은 다소 낯선 동물까지 우리 그림에 나타나는 다양한 동물을 살펴보았다.
2부에서는 옛사람과 자연의 일부로 함께했던 식물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을 소개했다. 연꽃과 모란 같은 화려한 꽃부터 대나무와 포도처럼 소박하면서 깊은 의미를 지닌 식물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옛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3부에서는 우리 민족의 삶과 정신이 깃든 산수화 속 요소를 다뤘다. 탈속의 은둔자 같은 옛사람의 모습이나 관동팔경 중 하나인 총석정 등 산수화의 멋을 더해주는 세부 요소를 소개했다. 겸재 정선, 능호관 이인상, 소정 변관식 등 대가의 개성이 드러나는 산수화도 감상할 수 있다.
4부에서는 일상을 함께하는 물건에 녹아든 예술작품의 아름다움을 조명했다. 생활용품은 실용성 있는 도구를 넘어, 선조들의 염원과 미적 감각을 담는 예술적 매체다. 가마나 보자기 같은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조립식 배다리나 도르래 등 당시 과학기술을 엿볼 수 있는 뛰어난 발명품도 다뤘다.
마지막 5부에서는 옛사람의 외양에 깃든 멋을 들여다보았다. 실제를 똑같이 재현해야만 한다는 선조들의 초상화 철학부터 구운몽 속 등장인물이나 수성노인 등 상상 속 존재의 독특한 묘사 방식까지 인물을 바라보는 옛사람들의 시선을 탐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