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왁자지껄하다가 아무 소리 없다가 다시 까르르 웃음소리로 번지는 풍경이 눈에 선하다. 귀에 입에 눈에 익숙한 이 노래와 가사, 풍경을 가만 바라보니, 아하, 좀 낯선 대목을 마주친다. 그대로 멈춘다니. 우리가 멈춰본 적이 있던가? 수천수만 년 가쁘게 달려오기만 했던 이 문명의 속도를 낮추고 낮추고 더 낮춰, 아예 ‘속도 없음’ 멈춘다,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엄청 낯섦’이다. 우리 인류는 물론이고 우리를 둘러싼(혹은 우리가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의 멈춤, 우리 행성지구를 갉아대던 그 모든 ‘행위’를 일년 하루라도 ‘그대로 멈춰 보자’는 상상력에서 시작된 그림책이다. 작은 아이의 외침, “잠깐 멈춰요!” 하는 외침이, 지구 위 속도에 익숙해진 사람들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그 좌충우돌에 함께하자. 올해부터는 11월 1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모두가 기억하고 잠깐 몸을, 마음을, 생각까지를 멈춤모드로.